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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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컷오프’에 “文 뒤통수치는 행위”라는 윤영찬…“배신감 느낄 것”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라디오서 “대통령 입장에서 간절한 부탁이었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면서, 올해 1월 발생한 피습 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컷오프(공천배제)’는 ‘명문(明文·이재명+문재인) 갈등’ 유발의 충격파가 될 수 있고,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을 뒤통수치는 행위라는 취지의 주장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28일 나왔다.

 

이날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뒤통수 맞은 느낌, 배신감이 들 것 같다’는 진행자 말에 “충분히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대통령은 뭐든 말 하나하나가 진심”이라며 “그런 분이 별도로 만나서 이재명 대표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면, 대통령 입장에서는 굉장히 간절한 부탁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총선에 즈음해 친문과 친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며 “우리는 하나고 단합이 다시 한번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임종석 컷오프’로 한순간에 깨져버렸다는 분석이다.

 

윤 의원은 “그런 부탁을 다른 이야기로 화답했다는 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며 “정치를 이렇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탄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비이재명계’인 윤 의원은 조응천·이원욱·김종민 의원의 탈당에도 당에 남아 자리를 지켜왔다.

 

민주당이 총선 공천의 최대 뇌관이었던 임 전 실장 컷오프를 결정하자 당내 계파 간의 갈등도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지내 친문(친문재인)계의 상징성이 있는 임 전 실장 배제로 ‘비명계’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어서다.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임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중·성동갑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대신 후보로 결정했다.

 

임 전 실장 컷오프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1일과 이달 6일 언론과의 만남에서 잇달아 “윤석열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해서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임 전 실장과 노영민 전 비서실장 등이 타깃으로 거론됐고, 노 전 실장이 지난 23일 충북 청주 상당 경선 후보로 결정되면서 임 전 실장 컷오프 확률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명계의 반발을 고려해 두 사람을 저울질해온 공관위의 둘 중 한 사람을 경선 후보로 올린 절충안 선택은 다른 한 사람의 생존을 어렵게 할 수 있어서다. 결국 임 전 실장은 여야의 총선 정국을 달군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과 ‘86그룹 청산론’ 벽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임 전 실장이 재선한 바 있는 서울 중·성동갑 공천으로 3선 고지에 오르면 비명계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이 대표 등 지도부의 신경 쓰이는 요소가 됐을 수도 있다. 당이 그간 임 전 실장에게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송파갑에 출마를 요청한 것도 무관치 않다. 현재 구도를 유지해 이 대표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친명계는 무게감 있는 경쟁자 등장을 애초부터 봉쇄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임 전 실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성동갑 컷오프 배제와 전 전 국민권익위원장 전략공천 결정 재고를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그는 “중·성동갑 전략공관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달라”며 “‘양산 회동’에서 이재명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 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으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 후에는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나”라는 질문을 이 대표와 지도부에 던졌다. 이번 선거는 질 수 없는 선거이고 또한 져서는 안 되는 선거라며, “명문의 약속과 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폭정을 심판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임 전 실장은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의 거취는 이러한 요구에 지도부의 답이 나온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재명 당의 완성’과 ‘임 전 실장이 지닌 상징성’을 임 전 실장 컷오프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사당화의 완성’이기 때문에 비명계나 친문계가 공천으로 국회에 들어오는 게 (이재명) 본인에게는 굉장한 부담이라 생각한 것 같다”며, 임 전 실장 상징성을 놓고는 “친문이나 비명이 다시 모이면 (이재명 대표에게) 굉장히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나아가 “많은 분들이 이기는 길로 가야 한다고 그렇게 요청을 하지 않았나”라며 “지금 이 길은 이기는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윤 의원은 당이 거듭 ‘지는 길’로 걸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