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과학자의 탄생
2024년 최고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텍스트, 그림, 영상, 음악 등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는 미술과 디자인 등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부터 코파일럿(CoPilot)을 활용한 웹사이트나 앱 제작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영역까지 다양하게 인간의 일을 돕고 대신하게 되었다.
과학계 역시 생성형 AI의 다양한 활용을 시도하는 중이다. 생물학의 영역에서는 알파폴드와 같은 AI 프로그램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할애되는 단백질 구조 예측을 도와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신약 개발이 가능해졌다. 의학의 영역에서도 알츠하이머성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돕기 위해서 딥러닝 알고리즘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물리학의 영역에서는 양자얽힘 현상의 시뮬레이션 등을 위해 AI가 활용되고 있는데,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의 물리학자 마리오 크렌 교수는 “AI는 과학자에게 영감과 아이디어를 주는 뮤즈”라고까지 말한다. 몇 주, 몇 달 걸려서 완성될 만한 가설을 몇 시간 만에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네이처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라는 AI 시스템이 소개되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의 연구자들이 오픈AI의 GPT-4를 사용해 만든 이 AI 시스템은 새로운 화학 물질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스스로 디자인하고, 관련 논문과 참고문헌을 검색, 분류해 정리한 후, 클라우드로 연결된 랩 로봇 시스템을 활용해 실제로 액체를 섞고 제조하는 실험을 직접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분석해 데이터화한 후 최적화하는 과정까지 완료했다. 실험의 전 과정을 거의 모두 AI에게 맡길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AI는 인간의 뇌를 뛰어넘을까
그렇다면 AI가 정말로 인간의 역할을 모두 대신할 수 있을까? 각각의 세부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을 무난히 해낼 수 있지만, 특정 영역을 넘어서 자신이 학습하지 않은 다른 영역까지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까지 가능하게 되면 일반 인공지능(AGI)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와 타인에 대한 인지도 가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인간의 뇌가 가진 능력은 한 개체가 아니라 집단 전체의 능력이다. 우리 뇌의 생물학적 하드웨어 자체는 지난 수만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우리의 뇌는 사회적 뇌로 진화하며 현재 가진 능력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언어와 활자를 통해서, 그리고 학교나 도서관과 같은 사회의 시스템을 통해 여러 뇌의 지식과 스킬이 축적되고 연결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뇌과학과 조직심리학 영역의 여러 최신 연구를 총합하면 새로운 발견과 발전은 다양성을 가진 여러 개체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I와 인간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포인트는 자신과 다른 존재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교류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AI도 옆에 있는 AI의 능력을 질투하지 않고, 다른 기계의 존망을 걱정하지 않지만, 인간은 매 순간 자신 옆의 다른 인간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이다.
변화는 어느 방향으로 갈까
그런데 AI는 이러한 인간의 장점을 빠르게 배워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팀의 연구자는 최근 인간은 해결할 수 있으나 AI는 해결하지 못하는 체스 문제들을 탐구하다가 인간의 협업 시스템을 본뜬 AI 시스템을 설계했다. 한 가지 접근 방법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웠지만, 다양성을 도입해 훨씬 효율적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인간은 서로의 만남과 연결을 어려워하고 점점 더 단절되고 고립되어 가는 중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단 한 사람도 의지하거나 소통할 사람이 없는 청년 세대의 비율이 크게 늘었고, 외로움은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인간으로부터 연결을 배우는데, 인간은 서로 간의 연결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AI의 시대에 우리 인간이 보다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장동선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