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소멸’ 위기를 부르는 저출산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22년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8명대가 무너진 뒤 사실상 0.6명대로 추락했다. 서울은 지난해 0.55까지 곤두박질쳤다. 저출산은 생산연령인구를 줄여 경제성장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잠정)’는 부정적인 지표로 가득 찼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보다 0.06명 줄었다. 시·도별로 보면 1명대를 기록한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2022년 1.12명이었던 세종마저 0.97명으로 하락했다. 서울은 0.5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출산율 하락 속도는 더 빨라졌다. 합계출산율은 2020년 0.84명에서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0.03명씩 떨어졌는데, 작년 들어 두 배인 0.06명이 줄었다.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인데, 우리나라는 3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들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지난해 4분기에도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하면서 0.7명선이 처음으로 붕괴됐다.
한국의 출산율은 2013년부터 11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OECD 평균(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를 뺀 나머지 37개국은 모두 1명 이상이며, 한국 다음으로 낮은 스페인(1.19명)과도 격차가 크다.
작년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30대 초반에서 66.7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전년 대비 감소 폭이 가장 큰 집단도 30대 초반(-6.8명)이었다. 20대 후반에서도 2.6명 줄어 21.4명까지 떨어졌다.
아이를 갖더라도 한 명만 낳는 추세도 두드러졌다. 첫째 출생아 수는 13만8300명으로 1년 전보다 6700명(4.6%) 감소했다. 둘째 출생아 수는 7만4400명, 셋째 아이 이상은 1만7300명으로 각각 9500명(11.4%), 2900명(14.5%) 줄어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첫째아의 비중은 1.9%포인트 늘어 60%대를 넘겼다.
저출산에서 비롯된 ‘인구 절벽’ 상황은 한국 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먼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성장률 하락이 예고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노동연령인구(30∼64세)가 1%포인트 줄면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내려앉는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낮게 나왔는데, 결혼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는 탓에 위험한 사인”이라며 “이제는 몇몇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되고, 정부의 국정 기조 자체가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