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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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장기간 성장 못한 기업, 거래소 퇴출해야”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배당 등 주주환원에 소홀하거나 재무제표가 나쁜 상장사 등을 예를 들어 “일정 기준 미달 상장기업은 거래소 퇴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강제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배상안에 대해서도 은행권에 제재와 과징금 등을 감경해줄 수 있다며 자율적인 배상안 마련을 압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장기간 성장 못한 기업 퇴출 논의 필요”

 

이 원장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악화(惡貨)들이 있는 상황에서 우수 기업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며 “악화가 빨리 빠져나가도록 하면서 우수 기업과 성장 산업에 돈이 갈 수 있도록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영 실적이 나쁘거나 인수·합병(M&A)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장기간 성장을 못한 기업에 대한 퇴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퇴출) 기준이 어떻게 될지 아직 거래소와 협의 중인 부분도 있지만, 금감원이 가진 문제 기업을 공유할 수도 있다”며 “전향적으로 본다면 시장지표를 만들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 주주환원 (기준)에 충족 못하는 기업 등 여러 가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이 논의 중인 상장사 퇴출 기준의 하나로 ‘주주환원 소홀’을 든 것은 그동안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10년간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29% 수준에 불과해 미국(91%), 다른 선진국(67%) 등 주요 국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주주총회 내실화, 주주와 이사 간 소통 촉진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기업 지배구조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주주환원 제고를 골자로 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가계 등 경제주체의 자산 축적 등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금융의 규제 완화가 됐든, 세제 혜택이 됐든, 인센티브가 됐든 명확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업의 경영권 확보라든가 적절한 경영권 승계 장치에 대한 합리적 제도 마련을 전제로 한 예를 들면 상법, 자본시장법, 이사회의 주주 손실 보상 등이 종합적으로 공론화가 진행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견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법상 이사회는 주주와 회사의 이해 상충이 발생했을 때 사실상 회사의 이익을 따르게 돼 있는데 이른바 주주의 비례적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1월 30일 홍콩 지수 기반 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5개 은행과 6개 증권사 대상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안으로 그 결과와 손실 배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인적 제재나 기관 제재, 과태료, 과징금 부분을 (금융)업권이 신경 안 쓸 수 없을 텐데 일반 원칙으로 보면 과거 잘못에 금전으로 배상해준다고 없던 일로 할 수 없지만 시정하고 책임을 인정하고 소비자와 이해관계자에 조치한다면 원론적으로 제재, 과징금에서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에둘러 은행권의 자율 배상을 압박했다.

 

금감원의 배상안에 담길 내용에 대해서는 “과거 사모펀드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배운 점을 감안하되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훨씬 더 다양한 이해관계나 요소가 반영될 수 있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DLF 사태에서 불완전 판매가 입증된 사례별로 피해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일률적인 잣대가 아닌 금융 소비자의 다양한 조건을 반영해 배상을 차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ELS 배상 대상에 재가입자와 증권사를 통한 피해자들이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데 대해서는 “성급한 결론”이라고 선을 그었다.

◆ 지난해 출생아 수 역대 최저치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23만명대로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0.72명에 그쳐 올해 들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200명)보다 1만9200명(7.7%) 줄었다. 출생아 수는 2015년 후 8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43만6000명 수준에서 10년 만에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그 여파로 합계출산율은 전년 0.78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올해 0.6대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올해 중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 0.68명 정도로 보고 있다”라며 “출산이 좀 더 지연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혼인 건수가 많이 낮았기 때문에 그러한 영향이 반영된다면 출산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4.5명으로 전년보다 0.4명 감소해 역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시·도별 합계출산율은 세종·전남(0.97명), 강원·충북(0.89명) 순으로 높고, 서울(0.55명)과 부산(0.66명) 순으로 낮았다.

 

아이를 낳는 여성의 평균 나이는 갈수록 늘어 지난해 33.6세에 달했다. 전년보다 0.1세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9.7세보다 4살 가까이 출산이 늦다. 아이를 늦게 낳게 되면서 첫째아 평균 출산 연령은 33.0세, 둘째아는 34.4세, 셋째아는 35.6세로 전년보다 0.1~0.2세 많아졌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은행권, 소상공인 이자 1조3455억원 1차 환급

 

은행권은 고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1조3000억원가량의 이자를 환급했다. 오는 4월부터 1554억원의 이자가 추가 환급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는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가 2023년 중 납부한 이자에 대한 1차 환급으로 1조3455억원을 집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환급은 은행권의 민생금융지원방안 중 소상공인 이자환급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최대 2억원까지의 대출에 대해 금리 4% 초과분의 90%를 차주당 300만원 한도로 돌려주는 내용이다.

 

1차 환급 규모는 당초 예상 규모인 1조3587억원의 99.02% 수준이다. 원리금 자동 납부계좌 부재, 거래 종료 등으로 인한 이자환급 입금 불가 등으로 차이가 발생했다고 연합회 측은 설명했다. 이자 입금이 안 된 경우, 은행이 다음주 계좌확인 절차를 거쳐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2581억3000만원을 지급해 환급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농협 1954억3000만원 △신한은행 1812억7000만원 △하나은행 1811억4000만원 △우리은행 1693억4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은 △부산은행 484억2000만원 △대구은행 400억1000만원 △경남은행 262억50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스1

전체 환급 예정액 1조5009억원 중 나머지 1554억원은 오는 4월부터 분기말 다음달에 3개월 단위로 집행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188만명을 대상으로 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이자환급과 최대 298만명의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용회복(신용사면) 지원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은행권의 민생금융지원방안 2조1000억원 중 자율프로그램 6000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계획은 3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자율프로그램은 보증기관이나 서민금융기관 출연 등을 통한 대출 확대 방안이 포함된다. 우리은행은 자율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총 233억원 규모로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을 보유한 청년들에게 학자금대출 캐시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