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으로 올해 상반기로 예상되던 금리인하 시기가 하반기로 늦춰질 것이 전망되면서 부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부채위기는 고금리가 지속되거나 대출규제로 유동성을 줄일 때 그리고 경기침체가 심화될 때 발생한다. 실제로 미국은 상업용부동산 부실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또한 경기침체로 대형 부동산건설사가 파산하고 있다. 한국 역시 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 심화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또한 고금리로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발생했으며, 1997년 외환위기도 당시 정부의 급격한 대출규제로 한보와 기아 등 기업파산이 늘어나 부채위기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또 다른 채널은 미국과 중국의 부채위기가 가시화할 경우 이들 충격이 아시아 국가로 전염되면서 신용경색으로 부채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염을 우려해 아시아 외환위기 시발국이었던 태국은 최근 총리가 나서서 중앙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부채위기를 피할 수 있는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시중유동성을 늘리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경우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금융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은 비용상승형이어서 금리인상만으로 물가를 잡기가 어렵다. 이를 알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정책당국은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작년부터 보완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는 높였지만 본원통화와 M2를 비롯한 시중유동성을 풀고 있으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확대재정정책으로 금리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일본은행 역시 양적완화정책으로 대응해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금리를 높이면서 동시에 시중유동성 증가율을 줄였으며 재정을 긴축 운용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파산이 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부채위기 충격이 가시화하면 국내 금융시장은 신용경색으로 혼란이 심화할 것이 우려된다. 통화당국은 비록 금리를 내리지는 못하지만 미국과 같이 시중유동성을 늘려서 부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급격한 대출규제 강화에 신중해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통해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줄여야 하지만 정책대응은 시행시기가 중요하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미국과 중국의 금융부실 충격이 우려되는 지금 가계대출을 강력히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채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부채위기 위험이 낮아질 때로 연기하거나 신규대출에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직전 대출규제 강화로 인한 위기 경험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부채위기를 피할 수 있는 통화 및 재정정책의 조합 또한 중요하다.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성장률은 1.4%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최저 수준이다. 경기경착륙으로 인한 부채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수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저소득층 거주지역의 교통, 유통, 교육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늘리면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내수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고금리 시기에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효율적 정책조합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경기침체와 금융부실이 우려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금융부실과 흑해의 석유공급 충격에 노출되어 있다. 대부분의 부채위기는 금리인상 2∼3년 뒤 발생한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부담 여력이 소진되면서 금융부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채위기의 세계적 전문가인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이번엔 다르다’하고 방심하면 부채위기를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정책당국은 시중유동성을 늘리고 대출규제 시기를 조정해서 경기경착륙과 금융부실 확산을 막아야 한다. 또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효율적인 결합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해 미국과 중국의 부채위기 충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