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2000년대 희대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파산한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단기 성과급을 받은 뒤 또는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자사주 매입선택권)을 행사하고 퇴사해버리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엔론은 각종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기존 에너지 사업 외에도 펄프, 풍력 발전, 통신 등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엔론은 성공적인 계약을 체결하면 보상받는 체계였다. 이후 어떻게 운영되건 해당 경영진의 평가나 보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제프리 스킬링 엔론 사장은 이 같은 방식으로 주가를 높여놓은 뒤 스톡옵션을 행사해 거액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사업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엔론은 생겨난 부채를 유령 자회사를 세워 넘기는 방식으로 재무상태를 조작했다. 엔론은 결국 2001년 파산을 신청했다.
스톡옵션이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게 해 논란이 되자 미 기업들은 대신 RSU를 고민하게 됐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기본임금에 성과급과 RSU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은 인재 유출 방지 및 유치를 위해 RSU를 활용하기도 한다.
애플은 2021년 엔지니어들에게 5만~18만달러(약 6700만∼2억4000만원)를 RSU로 제공하겠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로 도입했던 재택근무를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고, 메타 등 다른 기업들에서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자 주식을 인센티브로 주기로 한 것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도 RSU를 받는다. 애플은 쿡 CEO에 2020년 66만7974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상·하반기 나눠 준다.
이외 구글 모회사 알파벳,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도 RSU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70%가 RSU를 경영 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상장회사 중 RSU를 도입한 비율이 2022년 기준으로 31.3%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고위 경영진에게 제공되고 최대 5년간 매각을 금지하는 조건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화 외 네이버, CJ E&M, 두산그룹 계열사, 쿠팡 등 대기업과 토스, 두나무 등 스타트업이 성과보상제도로 RSU를 운영 중이다. 각 사 운영방식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