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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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도 ‘사직·삭발’… 출구 안 보이는 의료계 집단행동 [의료대란 '비상']

경북대 이어 충북대 교수도 사직
원광대 의대 교수 5명도 보직 사임
강원대 교수 2명 “증원 반대” 삭발
경실련 “단체행동 엄정대응” 촉구

정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으로부터 받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공개한 5일 의대 교수들과 의사단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동맹 휴학, 전임의 재계약 포기 사태에 이어 필수·지역의료 ‘최후 보루’인 의대 교수들까지 단체행동에 가세할 경우 의료 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앞서 강원대는 교육부에 현재 49명에서 140명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강원대학교 의대 교수진 제공.

강원대 류세민 의대 학장(흉부외과)과 유윤종 의학과장(이비인후과)을 비롯한 의대 교수 10여명은 이날 강원 춘천시 의대 캠퍼스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열었다. 류 학장은 “지난해 11월 강원대를 대상으로 한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서 교수들은 정원을 100명으로 늘리는 안을 학교 측에 제출했다”며 “그런데 대학본부는 의대 교수들 의견과 달리 교육부에 정원을 140명으로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의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두 번째 대학병원 교수도 나타났다. 이날 충북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배대환 교수(심장내과)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직의 변’에서 “인턴,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나간다는데 사직을 막겠다고 면허정지 처분을 하는 보건복지부 행태나 교육자의 양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총장들의 생각 없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배 교수는 “그들(동료 의사)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윤우성 경북대 의대 교수(이식혈관외과)가 대학병원 교수 중에선 처음 공개 사의를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의료 현장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한 4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안으로 의대생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북 원광대 의대 교수 5명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현재 93명에서 186명으로 늘려 달라는 대학 측 요청에 반발해 보직 사임했다. 이들은 이날 동료 교수들에게 보낸 단체메시지에서 “1차 증원 숫자(57명) 이상으로 신청하는 것은 절대 동의 못 한다”며 “본부가 (대폭 증원해) 소탐대실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련병원 교수들 사이에서 ‘우리도 어떤 선택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의업을 포기하려는 분위기가 상당히 확산돼 있다”며 “사명감 하나로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살려 왔던 교수들마저 의업을 포기하면 정부는 무슨 방법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되살릴 생각이냐”고 날을 세웠다. 한편,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불법 행동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깨야 왜곡된 의료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정부는 의료계의 불법 행동에 엄정히 대응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춘천=배상철 기자, 조희연 기자,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