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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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3401명 증원 신청,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계기 삼길

72% 2471명이 비수도권 대학
‘2000명 증원’ 정부 정책 힘 실려
부실 교육 없게 시설·교수 지원을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 40개 대학에서 3401명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인천, 비수도권 대학이 각각 365명, 565명, 2471명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2025학년도 의대정원 수요조사 최대치인 2847명보다 554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대학들이 내년에 늘릴 수 있는 의대 정원 규모가 2000명을 훨씬 넘는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정부가 내년 증원키로 한 2000명의 1.7배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의 대규모 증원 요청 배경에는 의대를 키워 지역 의료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함께 우수 인재 확보로 학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대학 자체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 비율이 72%나 차지한 건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이다. 이번 의대 증원이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변곡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처럼 키우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려면 비수도권과 지역의 거점 병원에 의대 증원의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방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뉴스위크가 뽑은 세계 최고 병원 250위 안에 17개 한국 병원이 이름을 올렸지만, 1곳 빼고는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이 22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34위), 세브란스(40위), 서울대병원(43위), 분당서울대병원(81위), 강남세브란스병원(94위) 등 '빅5' 병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수도권 밖에 있는 병원은 대구가톨릭병원(235위)뿐이었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 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그만큼 심하다는 방증이다. 15개 병원이 순위에 든 일본은 7곳이 수도권 이외 지역의 병원이었다.

남은 숙제는 늘어나는 의대생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당장 각 대학의 교원이나 시설·장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반대 논리로 생리학 등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가 절대 부족하고, 해부학 실습을 위한 시신 확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의대 교육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의대와 대학 당국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정부도 교수·시설 등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