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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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장학금 확대·주거비 지원, 선거용 돈 풀기 지나쳐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대학생의 75%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17번째 민생토론회에서 “현재 100만명인 국가장학금 수혜대상을 150만명까지 늘리고 근로 장학금도 현재 12만명에서 내년 20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주거 장학금이 신설돼 연 240만원까지 지원된다. 청년층의 결혼·출산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청년은 기득권과 이권 카르텔에 매몰되지 않은 자유로운 존재”, “누구보다 중요한 국정 동반자”라며 선물 보따리를 확 풀었다.

청년이 학비 걱정 없이 대학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취지는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4%로 미국, 영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나라 살림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이번 국가장학금 지원에만 연간 2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지난해 56조원 넘게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났고 올해 국가채무는 12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빚을 내 중산층 자녀 대학 학비까지 지원하는 게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학 진학률이 70% 수준인데 30%의 비진학자에 부당한 차별이 될 수도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수도권에 이어 부산, 대전, 대구 등을 순회하며 모두 16차례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노선연장부터 철도 지하화, 재건축 규제 완화, 상속세 완화, 소상공인 이자 환급 등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대책이 쏟아졌다.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대구경북신공항 등 지역 숙원·개발사업 공약도 끊이지 않았다. 이도 모자라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20여년 만에 풀기로 한 데 이어 여의도 면적의 117배나 되는 군사시설보호구역도 해제한다고 한다. 이들 정책 중 상당수는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아니면 말고 식’ 대책은 혼선을 가중시키고 정부 신뢰를 상처 낼 게 뻔하다.

4월 총선을 앞둔 이런 토론회는 민생을 핑계 삼은 ‘총선공약 발표회’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통령실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권선거 논란이 불거진다. 이제라도 총선을 겨냥한 과도한 세금 퍼주기는 자제하는 게 옳다. 윤 대통령 스스로 공정한 선거관리 의무를 엄격하게 지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