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두고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해외까지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5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외신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하며 의대정원 찬반 정당성을 피력하고 나섰다.
조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이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의사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한국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조 장관은 “모든 한국 국민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사직서 제출은 현행 의료법과 형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헌법상 보장된 자유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생명권은 헌법에 문언 규정이 없더라도 선험적, 자연법적 권리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라고 한 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집단 사직서 수리 제한 등 행정명령은 집단 사직 등으로 명백히 초래될 국민 보건 위해를 방지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의사 증원이 비과학적이라는 세계의사회(WMA)의 지적에 대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계 등 사회 각계와 논의하고, 40개 의대의 수요 조사를 기반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 논리 등을 담은 자료를 이날 외신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의협도 이날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이 부당하다고 이들에게 알렸다.
국회의원 출신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박인숙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날 “의사들이 의대 정원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의대 증원의 직격탄을 맞을 분야는 이공계와 산업계로, 급격한 의대 증원 때문에 (이들 분야의) 젊은이들이 의대 입시에 올인함으로써 대한민국 산업계가 망가진다. 이는 국가 자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로 금전적 이득을 얻는 대학 총장에게 증원 규모를 물어보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몇 마리 받을 거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급박한 상황도 아닌데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을 늘리려는 건 한 달 뒤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의사가 경고를 해도 정부도, 정치권도, 언론도, 국민도 모두 듣지 않는다”며 “언론은 마녀사냥하듯이 개별 환자들의 감성적인 안타까운 사연들을 매일 실으면서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의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를 이어오고 있다”며 뉴욕타임스 기사를 링크로 걸었다.
해당 기사에서 한 사직 전공의는 “우리는 환자들과 함께 울었고, 회복 과정에서 그들의 손을 잡아줬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과학회장은 수련의 상황을 “어린 소년 소녀들이 강제로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산업혁명 때와 비슷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의협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계의사회 루자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회장의 지지 영상을 공개했다. 알코드마니 회장은 “개인적 사유의 사직을 저지하고 학교 입학 조건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 인권 침해이고, 대한민국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런 조치를 재고하고, 의료계에 가하는 강압적인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