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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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삐 풀린 3%대 물가, 서민 먹거리 고통부터 살펴야

소비자물가가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신선식품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던 신선식품지수가 지난달에는 20.0%까지 뛰었다. 신선과일은 41.2% 올라 32년 5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사과(71.1%↑)를 시작으로 귤(78.1%↑) 등이 급등했다. 대체재인 배와 딸기 등 다른 과일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그간 국내 물가를 자극했던 국제 곡물가격은 급락하고 있지만 ‘슈링크플레이션’ 등으로 대변되는 시장 왜곡은 여전하다.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도 변수다. 지난달 초 배럴당 75달러까지 떨어진 두바이유가 80달러를 훌쩍 넘었다. 과일 가격을 잡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물가 당국자들의 고민을 키운다. 정부가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한 추가 관세 인하 적용 등 마트의 과일 직수입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사달의 근본인 사과는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 때문에 할당관세 등 수입량 조절을 통한 물가관리가 힘들다. 지난해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서 사과 수입이 전무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 수확철까지 당분간 ‘金사과’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정치권엔 민생은 뒷전이다. 오히려 포퓰리즘식 감세·공약이 잇따르면서 힘들게 버텨온 긴축 통화 기조를 무력화할까 우려스럽다. 정부가 이명박정부 시절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농식품 품목 물가관리 담당자를 지정했지만 허사였다.

장바구니 물가 폭등에 죽어나는 건 서민이다. 통계상으로 보면 소득 하위 20%의 경우 식비가 가처분소득의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달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144개 품목 위주의 생활물가지수는 116.29로 3.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오름폭이 크다. 물가는 민심과 직결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하다. 품목별 물가관리와 더불어 시장왜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불요불급한 요금 인상을 줄이는 등 가용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 안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