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강 눈썰매장을 찾은 시민들은 슬로프 근처에서 음료수와 핫도그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카페테리아의 높은 가격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중 소매점에서 2000원 후반대면 살 수 있는 과자 한 봉지에 5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서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박모(41)씨는 “유치원생 아들을 데리고 썰매를 타다가 몸을 녹이려 매점에 들어갔는데, 폭리라고 느껴질 정도였다”며 “외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돼 있어 어쩔 수 없이 몇만 원을 내고 주전부리를 샀다”고 말했다.
6일 국민의힘 소속 김경훈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는 지난겨울 한강공원 눈썰매장을 운영한 A업체에 대해 지난달 1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협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을 부과했다. 해당 업체가 과자와 우동 메뉴를 당초 시의 승인을 받은 가격보다 비싸게 판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한강공원 눈썰매장은 부지 사용 허가 방식으로 입찰을 통해 민간 운영업체를 선정한다. A업체는 지난해 12월 시 미래한강본부와 계약을 맺고 같은 달 22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뚝섬·잠원·여의도 한강공원에 눈썰매장을 설치해 운영했다. 눈썰매장뿐 아니라 연계한 놀이 시설과 카페테리아 등 업장까지 A업체가 관리했다. 눈썰매장 3곳에는 53일간 13만6051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장에 앞서 A업체는 카페테리아에서 판매할 품목과 가격을 정해 시에 제출, 승인을 받았다. 판매가는 눈썰매장 주변 한강공원 편의점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시장가와 비슷하게 책정했다.
문제는 A업체가 당초 신고한 가격보다 비싼 값에 물품을 판매해 부당이득을 취했음에도 처벌 수위가 극히 낮다는 사실이다. A업체는 첫 계약 위반 적발로 위약금 10만원, 두 번째는 20만원을 물었다. 미래한강본부의 눈썰매장 위약금 관련 기준을 보면 3회째 적발 때 50만원, 4회 100만원, 5회는 200만원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해당 업체가 계약을 위반해 취한 부당이득금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위약금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은 탓에 거뜬히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업체로부터 입장객 수는 보고를 받지만, 계약상 수익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위반 업체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불이익 처분을 명시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시가 승인한 가격보다 비싼 값에 물건을 팔거나 허가받지 않은 품목을 판매해 위약금을 낸 업체도 추후 한강 매점·카페, 눈썰매장과 수영장, 난지캠핑장 등 위탁사업에 자유롭게 입찰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A업체는 지난해 6∼8월 한강 뚝섬·광나루·양화 수영장을 운영하며 수질기준 위반으로 100만원의 위약금을 문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시의원은 “과도한 가격을 책정해 부정수익 창출 통로로 삼는 업체를 제재하거나 이익금을 환수할 제도가 없어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며 “시가 위반 업체에 입찰 제한 같은 불이익을 주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