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홀(도로 파임) 공사 관련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9급 공무원(39)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A씨는 회사에 다니다 공무원이 된 지 1년 6개월 된 늦깎이 신입으로 시에서 도로 관리 및 보수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번 겨울 잦은 폭설로 도로 제설 민원, 이후엔 포트홀 발생 민원, 최근엔 김포한강로 포트홀 노면 보수공사에 따른 교통체증 항의 민원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포시공무원노조는 “개인 신상 좌표찍기와 악플, 화풀이 민원에 공무원이 생을 마감한 상황이 참담하다”는 성명을 냈다. 학부모 갑질·악성 민원이 초래한 서이초등학교 새내기 교사 사망 사건의 재판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제는 민원인들의 악의적인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지역부동산정보 인터넷 카페에 포트홀 민원이 제기됐는데, 한 네티즌이 공사를 승인한 공무원이 A씨라면서 소속 부서와 이름, 직통 전화번호 등을 무단 공개했다. 그러자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다’, ‘참 정신나간 공무원이네요’ 등 악성 댓글이 빗발쳤다. 4일 하루에만 전화가 50통 넘게 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포트홀로 차가 망가졌으니 수리비를 내놔라”며 고함을 지른 민원인도 있었다니 씁쓸하다. 오죽했으면 A씨가 동료들에게 “시민들이 무섭다”고 했겠나.
공공기관에 대한 악성 민원이 갈수록 늘고 있는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소속 조합원 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가 최근 5년 새 악성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 여성 세무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다가 실신했고, 끝내 깨어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악성 민원은 공직사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유능하고 젊은 공무원이 공직사회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A씨 유족과 김포시는 인터넷 카페에 A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악의적인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어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선 공무원을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으로 여기고 폭언과 폭행 등을 일삼는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악성 민원에 노출된 하위직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이들의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구체적 방안도 내놔야 한다.
[사설] ‘악성 민원’ 9급 공무원 극단적 선택, 재발 방지 대책 시급
기사입력 2024-03-07 23:42:59
기사수정 2024-03-07 23: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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