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7일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개편하겠다는 방안은 사실상 기존 북핵 협상 기능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 참석과 협상을 주 기능으로 했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지만 북핵 협상은 중단된 채 재개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이다. 직전 김건 본부장은 단 한 차례도 북한 측 수석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조직 개편은 최근 급변한 국제 정세 등에 맞게 시급한 외교 기능을 보완하는 차원이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2006년 6자 회담 대응을 위해 한시 조직으로 출범했다가 2011년 상설 기구로 전환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생길 때와는) 상황이 변화했고 북한 문제는 더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만이 아니라 자금 조달, 사이버 범죄 대응, 금융 제재 등으로 다기화했다”며 “이에 따라 한반도 업무는 전략과 정보, 국제 안보 기능을 추가해 새로 생기는 외교전략정보본부 아래에서 보다 넓은 시야에서 다루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서 처음 생기는 외교전략·정보기획단은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이다. 해외 160여개 공관으로부터 매일 쌓이는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에도 1000건 가까이 들어오는 공개·비공개 정보를 한곳에서 축적해 분석하며 의미 있게 활용한다는 취지다. 이 정보들은 주요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즉시 배포돼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가 적시에 제공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수준으로 발전시키자는 목표를 세웠고 그 첫 단계가 외교전략기획관”이라며 “외교전략기획관실 내 인도태평양전략담당관을 신설해 인태전략대사를 정부 특별대표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국제안보 담당 신설국에서는 군축, 비확산, 사이버 등을 포함해 총체적인 국제안보 업무를 담당할 계획이다.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외교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새 조직은 북핵 관련 업무가 주 기능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전략과 정보가 중심인 본부에서 북핵 업무는 아주 작은 부분으로 곁들여 있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핵 문제는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어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외교를 가동하지 않고는 상황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중국, 러시아와 척을 져서는 공조할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지금처럼 극단적 대립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