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5세 아이가 실려 왔다. 갑작스러운 복통에 근처 소아과를 방문했다가 X레이 결과에서 장에 동글동글한 물체들이 나왔다는 결과를 받은 직후였다. 물체의 정체는 자석. 아이는 서둘러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미 위를 거쳐 장까지 이동한 자석이 장 내에서 뭉치면서 장천공이 발생, 아이는 응급수술을 받게 됐다.
잠깐 한눈판 사이에 아이가 이물질을 삼켰다면, 그리고 그 이물질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부모들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이런 이물 삼킴이 발생하는 나이는 주로 생후 6개월부터 만 4세 정도까지다. 팔다리에 힘이 생기고 호기심이 발달하면서 무언가 발견하면 손으로 만지고 입을 갖다 대는 시기다. “먹지 마” “만지지 마” 등의 부모의 훈계는 아직 제대로 먹히지는 않아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잠시 부모가 한눈을 파는 사이 사고가 발생하면 아이가 무엇을 삼켰는지, 언제 삼켰는지도 모른 채 시간이 흘러 나중에 발견되어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물질 삼킴으로 병원을 찾는 많은 경우는 장난감, 건전지, 동전, 안전핀, 자석 등 다양하다. 이 중 일부는 배설물과 함께 배출되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외과 전호종 교수는 “삼켰을 때 위험성이 커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날카로운 물건 △건전지 △자석 △큰 물건 등이다”라며 “칼조각, 핀 등 날카로운 것은 소화관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크기가 5㎝를 초과하는 물건은 식도 또는 장의 각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장관 막힘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행 장난감은 ‘요주의 인물’이다. ‘개구리알’이나 ‘구슬 자석’이 대표적이다. 개구리알은 물과 만나 젤리처럼 부피가 커지는 고흡수성 폴리머로 물을 먹고 크기가 커져 장관 막힘을 유발할 수 있다. X레이 검사에서 잘 보이지도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자석과 건전지는 무엇보다 주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알록달록하게 맛있게 생긴 구슬자석 삼킴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런 작은 자석 2개 이상을 삼켰을 때는 천공을 유발할 수 있다. ‘단추 모양’ 알칼리 건전지는 좁은 소화관인 식도에 걸려 주변 조직 압박괴사, 전류손상, 알칼리 손상 등으로 짧은 시간 내에도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로 인한 식도 천공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호종 교수는 “이물이 식도나 위에 있는 경우 응급내시경을 통해 꺼내게 된다. 특히 식도에 걸린 버튼형 알칼리 건전지는 되도록 빨리 꺼내야 예후가 좋다”며 “검사 때 이미 위를 넘어 소장에 위치할 경우 입원해서 수술 필요성을 살피게 된다. 이물질이 소장과 대장을 넘어 배설물과 같이 배출되면 특별한 치료 없이 문제가 해결되지만, 2일 이상 이물이 같은 위치에 고정돼 있으면 장관 막힘 또는 장관 천공을 의심,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