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부터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존재감을 뽐낸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은 지금은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강인 이전에도 주목을 받았던 ‘축구 천재’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프로축구 수원FC 이승우(26).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의 이승우는 어려서부터 각광 받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했던 이승우는 같은 해 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전에서 득점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후 유럽 무대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이승우는 벨기에 등 변방 리그를 맴돌다 2022시즌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2019년 6월 이란과 친선전 이후 대표팀에도 부름 받지 못해 비운의 천재로 남는 듯했다.
이런 이승우가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앞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5년 만의 대표팀 승선을 위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승우는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4 K리그1 2라운드 전북 현대와 홈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수 지동원과 교체 투입된 이승우는 1분 만에 골대 정면 페널티 지역에서 공을 잡아 특유의 개인기로 수비 4명을 파고든 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1라운드에서도 페널티킥 결승골에 이어 시즌 2호골. 밀집 수비를 헤집는 돌파와 침착한 마무리 등 이승우의 장점이 집약된 장면이었다. 경기는 전북이 후반 8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로 끝났다.
특히 이날 경기장엔 황선홍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과 마이클 김(한국명 김영민) 수석코치가 방문해 K리거들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3월 말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태국과의 아시아 2차 예선을 지휘하는 황 감독은 11일 명단 발표를 앞두고 후보군 선수들을 물색 중이다. 그간 대표팀의 측면 공격을 책임지던 ‘황소’ 황희찬(27·울버햄프턴)이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이승우가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날 이승우가 경쾌한 댄스 세리머니로 득점을 자축하자 황 감독이 활짝 웃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은중 수원FC 감독도 경기 뒤 “이승우의 가장 큰 장점은 밀집 수비를 뚫는 능력”이라며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앞둔 대표팀에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대표팀에 발탁되길 응원한다”고 치켜세웠다.
이승우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승우는 “황 감독님이 보러 오신다는 사실도 분명히 동기부여가 됐다”며 “(대표팀에) 언제든 가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대표팀 발탁에 대한 간절함은 어떤 선수보다 강할 거라 자신한다”고 의욕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