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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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파동에 野 분열… 정권심판론도 尹·與 역할에 달렸다” [심층기획]

전문가들이 본 판세·관전 포인트

“민주 하락세에 한강·낙동강벨트 혼전
경기도 탈당 의원·제3지대로 표 분산
정권심판·민주 지지율 디커플링 경향
與, 대통령 선거개입 인상 주지 말아야
김건희 행보 여부도 판 흔드는 변곡점”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을까.’

 

이는 현시점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4·10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공천 파동으로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든 게 분명하다고 평했다. 당장 민주당이 수성 중인 서울 한강벨트 일부와 PK(부산·울산·경남) 지역 내 낙동강벨트가 혼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 지역 또한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의원들과 제3지대 신당인 개혁신당 후보가 속속 출마 선언하면서 일부 표 분산이 민주당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한달 앞둔 10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워윈회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종합상황실에 예비후보자 등록현황 등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그간 한국 정치 역사를 돌아보면 선거 전 한 달은 판세가 또 한 번 뒤집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민주당이 반등한다면 거기 ‘날개’가 되는 건 결국 ‘정권심판론’일 것이다. 다만 그 ‘열쇠’를 쥔 건 민주당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정권심판 구호를 외치더라도, 한 위원장이 선거판 전면에 서고 윤 대통령이 일반 국민 지지가 강한 의대 증원 등 이슈에 집중하는 그간의 역할 분담이 공고하게 유지된다면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기 어렵단 것이다.

◆野 공천파동·분열에 접전지 확대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0일 통화에서 “수도권에서 전체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이제 접전으로 돌아설 수 있는 곳이 계속 생기고 있다”며 “특히 한강벨트를 봐야 한다. 동작·성동 쪽에서 분명 국민의힘이 상승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동작·성동 모두 민주당 공천파동이 직접 영향을 미친 지역구다.

 

공천 파동에 따른 현역 의원 탈당 또한 민주당에 악재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경기 지역 반도체벨트(수원·화성·용인·평택 등)를 언급하면서 “야권이 분열하는데 국민의힘은 그런 기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신당에 입당한 이원욱 의원 같은 경우 경기 화성정, 조응천 의원은 남양주갑에 출마해 이 지역구는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을 떠나 새로운미래에 합류키로 한 홍영표·설훈 의원 또한 본인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과 경기 부천을에 출마할 예정이라 이 지역 야권 표 분산이 불가피하다. 이 교수는 낙동강 벨트에 대해서도 “민주당 공천파동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등으로) 지원 사격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정권심판론 살아날까

 

전문가들은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정권심판 정서와 민주당 지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경향이 짙어졌다고 지적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 하락이 확인되지만 이게 곧 정권심판 정서 해소를 뜻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중에도 이번 총선에서 정부여당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은 비교적 공고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4·10 총선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물은 결과 ‘정부 견제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 비율이 ‘제1야당 다수 당선’(35%)과 ‘제3지대 다수 당선’(16%)을 합쳐 총 51% 수준이었다. ‘정부 지원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은 35%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4.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총선(2020년 4월15일) 국면에서는 정부지원론과 정부견제론이 선거 약 한 달 전 그 추이가 뒤집어진 바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권에서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윤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국민에 주지 않는 것이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선거 전 공개 행보 여부도 판을 흔드는 변곡점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정권심판 공세를 방어해야 할 국민의힘 또한 이전과 다른 전략을 갖고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운동권 타도 구호는 임종석 전 실장이 컷오프되면서 힘이 빠진 걸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만 이어가는 건 (중도층 사이에) 피로도를 높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환·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