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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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홍콩 ELS 손실 20~60% 배상, 재발 막는 근본 해법 시급

금융감독원은 어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피해자가 판매사로부터 손실금의 최대 100%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배상기준을 발표했다. 기준안은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특성에 따라 배상비율을 산정하는데 우선 판매사의 부당권유, 설명의무위반 등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부실 정도를 따져 23∼50% 차등적용된다. 투자자 쪽도 연령·가입횟수·투자경험·금융지식 등에 따라 45%포인트까지 차감된다. 배상비율은 대부분 20∼60% 사이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이번 배상안은 과거보다 정교하고 균형 있게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와 은행들의 홍콩 ELS 판매액은 작년 말 기준 18조8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이미 1조2000억원의 손실이 확정됐고 연간 손실은 모두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조사결과 은행들은 과도한 영업목표와 직원 성과평가지표(KPI)로 고위험 투자상품판매를 부추긴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 창구에서도 직원이 투자성향을 엉터리로 분석하거나 고의로 손실위험을 숨기는 사례가 허다했다. 80대 A씨는 예·적금에 가입하려다 은행 직원의 부당한 권유 탓에 홍콩 ELS에 가입했는데 손실배상비율이 75%로 정해졌다.

그렇다고 투자자 책임원칙까지 허무는 도덕적 해이는 경계해야 한다.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건 투자의 상식이고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 부합한다. ELS와 같은 투자상품에 여러 차례 투자해 수익을 챙겨 놓고 손실이 날 때만 판매사에 책임을 돌리는 이들까지 보호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투자자에게 파생상품의 위험성과 자기 책임원칙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문제는 고위험 투자상품 금융사고가 2∼3년 간격으로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홍콩 ELS 사태, 2019년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2019~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마다 금융당국은 피해자 손실보상과 금융사 징계조치를 취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필요한 때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제한하고 관련 법규와 제도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금융사의 부당·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경영진 징계와 과징금 부과 등 상응하는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 은행도 고위험 상품 판매를 부추기는 성과·인사평가체계와 영업 관행을 확 고치기 바란다. 이제 원금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를 구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