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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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農의 기술 미래와 유산 한 곳에 [밀착취재]

한 톨의 쌀을 얻기까지는 여든 여덟 번 농부의 손길이…

국내 유일 국립농업박물관 가다

‘농업의 가치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

 

국립농업박물관 수직농장에서 관계자가 재배 중인 각종 엽채류를 관리하고 있다. 미래 농업기술의 집약체인 수직농장은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년 내내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미래형 농업시스템이다. 식물 생장에 필요한 양분은 영양혼합액으로 공급하며 빛은 인공광(LED)으로 대신한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국립농업박물관의 목표다. 2022년 12월 문을 연 이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농업 전문 박물관이다. 연면적 1만8000㎡ 규모로, 전시동과 식물원, 야외체험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관람객들이 식물원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 재배(Hydroponics)를 결합한 합성어인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의 배설물로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식물이 정화시킨 물을 물고기에게 공급하는 방식의 친환경 농법이다.
농지에 물 공급 시설을 만드는 모습을 재연한 디오라마.
관람객들에게 인기 있는 트랙터 시뮬레이터.
거름용 분뇨를 담던 장군 등 옛 농기구들.
관람객들이 밭갈이에 쓰이던 따비를 살펴보고 있다. 따비는 쟁기가 갈지 못한 구석진 땅을 갈 때 사용됐다.

상설 전시관인 농업관 1, 2에는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과 관련한 벼농사 재배의 과정도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다. 쌀 한 톨을 얻기까지는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필요하다는 박물관 안내서 문구가 인상적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땅과 물을 주제로 한 영상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농업의 터전을 잡기 위해 그 근본이 되는 농토와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과정이 디오라마로 만들어져 보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종자를 다루는 전시물에서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기후에 맞게 종자를 개량하고 지키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고 쌀과 보리, 콩 품종을 개량된 연도별로 모아 놓은 정부보급종 코너도 눈길을 끈다.

 

GPS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 이양기.
다 익은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 1970년대 초에 도입된 콤바인은 농작물을 베는 동시에 탈곡과 선별까지 할 수 있는 농기계이다.
곡식의 이삭에서 낟알을 떨어뜨릴 때 사용하던 원통형 탈곡기.
1960년대 정미소의 모습. 쌀의 겉겨를 벗겨내는 도정작업이 이루어지는 시설이다.

전시는 본격적인 농업활동을 다루는 재배와 수확으로 이어진다.

파종과 거름주기, 땅갈이, 옮겨심기, 잡초 제거 등에 필요한 농사기술의 발전상과 옛 농촌에서 쓰던 쟁기부터 현재 사용되는 첨단 자율주행 이양기까지…. 다양한 농기구들이 벼농사의 핵심인 재배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중 실제 트랙터와 동일한 구성으로 제작된 시뮬레이터는 트랙터의 다양한 기능을 체험할 수 있어 관람객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농업관 1의 마지막 전시 주제는 수확이다.

사람이 낫으로 벼를 베고 탈곡기를 사용해 이삭에서 낟알을 떨어내던 수확 방식에서 벼베기, 탈곡, 선별 및 배출 장치까지 갖춘 현대식 콤바인으로 발전된 가을걷이 모습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물레방아, 디딜방아, 연자방아를 한 곳에 재연해 둔 방앗간을 살펴보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을 방문한 어린이 관람객들이 미디어 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지게 체험을 하는 어린이 관람객.

농업관 2는 수확한 농산물이 저장과 가공, 운반과 유통을 거쳐 다양한 쓰임으로 활용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벼·보리 등 곡물을 가공하던 1960년대 정미소를 재현한 전시도 있다. 미곡종합처리장 모형은 수확, 반입, 선별, 계량, 검사, 도정 등의 전 과정을 자동화·현대화한 가공기술의 발전상을 쉽게 설명한다.


동선을 따라가며 농업관 관람을 마칠 때쯤 만나게 되는 수직(垂直)농장은 세로로 층층이 마련된 시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최첨단 농업기술의 집약체이자 미래형 농업시스템이다.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영양혼합액으로 양분을 공급하고 햇빛은 인공 LED(발광다이오드)가 대신한다.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날씨와 기후 등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년 내내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우리나라 토종벼 분포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세종대왕 때 편찬된 ‘농사직설’ 진품. 조선시대 대표적인 농서로 팔도 농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쌀과 보리, 콩 등 정부 보급종이 개량된 시대 순으로 전시돼 있다.
농업용 무인 헬기와 드론.
국립농업박물관 수직농장에서 관계자가 재배 중인 각종 엽채류를 관리하고 있다. 미래 농업기술의 집약체인 수직농장은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년 내내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미래형 농업시스템이다. 식물 생장에 필요한 양분은 영양혼합액으로 공급하며 빛은 인공광(LED)으로 대신한다.

국립농업박물관 황수철 관장은 “문화·예술을 테마로 전시·교육·체험을 기획하며 국립농업박물관만의 색깔로 농업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우리 박물관을 찾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농(農)의 가치와 중요성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기준점이 되는 춘분(3월20일)을 앞두고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우리 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남제현 선임기자 jeh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