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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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특보급 강풍에도 조업… 어선사고 절반은 ‘인재’였다

어선 사고로 사망·실종 해마다 30명 달해
소형 어선 특히 안전 문제 취약

최근 어선 전복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고 당시 풍랑특보 기준에 버금가는 강풍이 불고 있었지만, 어선들은 조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일과 14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어선 침수 사고 2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일에는 전남 여수시 작도 인근 해상에서도 통발어선 전복 사고가 일어났다. 3월 들어서만 남해안에서 어선 총 3척이 침몰해 8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지난 9일 오전 경남 통영 해역에서 어선 전복 사고가 발생해 현장에서 통영해경 구조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발생 6일째지만 선원 5명이 아직 실종 상태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 제공

 

이들 사고의 공통점은 당시 해상에 강한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사고가 발생한 욕지도 인근 해상의 풍속은 초속 11m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풍랑주의보 발표 기준인 초속 14m에는 못 미쳤지만, 이 역시도 우산을 쓰기 힘든 수준의 바람이다. 14일 뒤이어 일어난 사고 당시에도 욕지도 해상에는 강풍이 불었다. 침몰 선박의 조업이 한창이던 13일 밤 풍속은 초속 8.3∼10.7m에 달했다. 

 

당국은 겨울에서 봄철로 접어드는 시기는 바다에서 안개가 갑자기 끼거나 돌풍이 발생하는 등 기상 상황이 급변하는 때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통해 이날 기준으로 전국에 풍랑주의보와 풍랑경보 등 풍랑특보가 발표된 횟수는 3월에만 총 19번에 달했다. 

 

14일 오전 4시12분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4.6해리 해상에서 11명이 탄 139t급 쌍끌이저인망 어선이 침수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선원 1명을 여전히 찾지 못한 상황이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 제공

수협중앙회 통계를 보면 어선 사고로 해마다 평균 30명가량 죽거나 사라졌다. 2022년 접수된 어선 사고는 총 758건, 2021년 718건, 2020년 649건이다. 사망·실종자는 각각 22명, 30, 35명에 달했다. 특히 전복 사고로 인한 피해가 컸다. 2022년 사망·실종자 22명 가운데 13명이 전복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사고는 자연재해 때문이라기보단 인재에 가까웠다. 2022년 발생한 어선 인명 피해 사고 22건의 원인을 살펴보면 실제 원인미상 7건, 과적 5건, 기상악화 4건, 운항 부주의 4건, 운항 과실 관련 기타 1건, 원인미상 화재 1건이었다. 원인미상과 기상악화를 빼더라도 절반이 사람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소형 어선의 경우 선박이 풍랑에 특히 취약하다. 선형이 좁고 낮아 파도나 바람으로 인해 선박이 기운 뒤 되돌아오는 복원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형 어선일수록 안전 규정 단속이나 지도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남 신안군의 한 통발어선 선장은 “적재물을 적당히 실어야 하지만 통발을 규정보다 많이 싣는 일이 다반사”라며 “소형 어선 선원들은 평소에 안전 훈련 기회가 적어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경남 통영시 통영항에서 해경 등 유관기관이 9일 발생한 통영 욕지도 어선 전복 사고 합동 감식을 위해 선박으로 이동하고 있다. 통영=연합뉴스

이날 오전 4시15분 통영시 욕지도 남쪽 4.6해리(약 8.5㎞) 해상에서 침몰한 부산선적 139t급 쌍끌이저인망 어선의 실종된 선원 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이 선박에는 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6명, 베트남인 1명, 총 11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10명은 통영해경과 선단선 등에 의해 구조됐으나 선장을 포함한 한국인 3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끝내 숨졌다. 

 

이 선박은 전날 오후 5시10분 통영시 동호항을 출항해 조업을 마치고 이날 복귀할 예정이었다. 현재 이 선박은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다. 사고 해역 수심은 약 60m로 전해졌다. 통영해경은 경비함정 16척, 해군함정 2척, 유관기관 선박 2척, 항공기 3기 등을 동원해 아직 찾지 못한 한국인 승선원 1명을 수색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통영시 욕지도 남쪽 37해리(약 68㎞) 해상에서 9명이 탄 제주 선적 29t 근해연승어선이 전복되면서 선원 9명 중 4명은 구조됐지만 모두 숨졌다. 사고 발생 6일째지만, 나머지 5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지난 12일 전남 여수시 남면 작도 동쪽 13㎞ 해상에서 발생한 7t급 통발어선 전복 사고에선 배에서 빠져나온 선원 6명이 목숨을 건졌으나 미처 탈출하지 못한 1명은 숨졌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