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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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이어 직원 관리 논란… 축협, 이번엔 ‘카드게이트’

지난 1월 아시안컵 전지훈련 중
직원 A씨, 일부 선수와 돈 내기
협회 측 해당 팀장급 직위 해제
“음료 건 소액 내기… 도박 아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기쁨이 가시지도 않았던 2022년 12월6일 일명 ‘2701호’ 폭로가 터졌다. 대한축구협회가 스태프 지원을 충분히 해주지 않아 선수가 개인적으로 마사지사를 고용해 선수단과 같은 호텔에 머무르면서 선수들을 따로 관리했다는 게 핵심이었다. ‘2701호’ 논란에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자격 없는 마사지사가 선수들을 관리하게 내버려둘 정도로 지원이 부족했다는 게 이유였다.

 

1년여 뒤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축구협회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려 대회에 나섰다. 선수들에게 부족함 없는 환경을 제공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스태프가 많아지면서 스태프가 문제를 일으켰다. 선수단을 도와야 할 직원이 머물러선 안 되는 공간에서 선수들과 돈을 걸고 카드를 쳤다.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모습. 연합뉴스

2701호 사건으로 허술한 지원 문제를 드러냈던 축구협회가 이강인의 하극상으로 내부 분위기 단속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엔 직원 문제까지 일으킨 것이다. 축구협회는 카드놀이가 도박성을 띠지는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선수단은 물론 직원까지 내부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4일 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아시안컵을 앞둔 1월3일부터 10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중 일부 선수와 축구협회 직원 A씨가 한국에서 가져온 카지노 칩을 사용해 카드놀이를 했다. A씨는 현장에서 선수단 지원 업무를 맡은 팀장급이었다. 축구협회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숙소 내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장기나 카드, 보드게임, 비디오게임 등이 비치된 휴게실을 운영했다”며 “선수들이 음료 등을 위해 돈을 계산하는 등 소액의 내기를 한 것이고 도박과 엄연히 다른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단 축구협회는 지난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의 직위를 해제했다. 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 공간을 협회 직원이 주인처럼 드나들었던 게 문제다.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선수들과 스태프의 접촉은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가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어기고 4만∼5만원의 음료수값 내기를 한 행위가 직위해제로 연결돼 추가 징계까지 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