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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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中 이번엔 백두산공정까지,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한국 흔적을 지우려는 중국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 집행이사회는 오는 27일까지 18개 신규 세계지질공원을 인증하는 안건을 논의하는데 여기에 중국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이 포함돼 있다. 유네스코 이사회가 작년 9월 이미 등재를 결정했고 집행이사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인증하는 게 관례다. 남북한이 중요시하는 백두산의 역사와 가치를 독점하려는 중국의 야욕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중국의 백두산공정은 2006년부터 고구려·발해 등 동북지방 역사를 자국사로 왜곡하는 ‘동북공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만리장성의 길이를 10배나 늘리며 백두산 일대의 고구려 성벽과 봉수대까지 편입시켰다. 백두산 일대가 태곳적부터 한족의 일부였다는 ‘창바이산 문화론’도 함께 등장했다. 중국은 백두산을 ‘중화 10대 명산’으로 지정하며 공항건설과 관광지 개발에 열을 올렸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백두산공정에 공을 들이는 건 북한 붕괴 사태 시 한반도 북쪽 지역이 과거 중국땅이었음을 대외적으로 강조해 대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게 다가 아니다. 고대사도 모자라 툭하면 한복과 김치, 삼계탕, 심지어 아리랑까지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망언까지 했다. ‘한·중 우호관계가 역사 문제로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던 2006년 정상 간 합의는 무색해진 지 오래다.

중국의 역사 왜곡·문화침탈이 날로 수위를 높여 가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외교부는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더는 오만한 역사·문화 패권주의를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백두산 등재도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정부는 역사학계와 협력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2019년 백두산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했으나 무산된 북한과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백두산공정은 4대 세습의 정당성을 ‘백두혈통’에서 찾는 북한 권력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 아닌가. 중국은 주변국에 상처를 주는 자국 위주의 편협한 역사관을 고집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 대접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