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에서 대출받은 3명 중 1명은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업권의 경우 가계대출 차주 중 취약 차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보험사의 대출채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보험사 대출채권의 잠재 위험 요인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차주 수 기준 보험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32.1%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KCB(Korea Credit Bureau)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와 다른 금융회사 간 가계대출 차주 중 취약차주 비중과 취약차주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보험사 다중채무자 비중은 저축은행(38.3%), 카드사(33.7%)보다는 낮으나 은행(10.4%), 캐피탈(28.7%), 상호금융(14.8%)의 각각 3.1배, 1.1배, 2.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다중채무 차주의 경우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약 4300만원으로 조사됐다. 제2금융업권 중 상호금융(7500만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 외 업권의 다중채무 차주 평균 대출잔액은 은행 5100만원, 저축은행 2000만원, 캐피탈 1600만원, 카드사 1000만원 순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업권의 경우 가계대출 차주 중 다중채무자, 저신용등급층 및 저소득층 등 소위 ‘3대 취약차주’의 비중이 낮지 않으며, 특히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중채무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채의 규모가 크고 채무변제 등을 통한 신용 회복률이 낮아 부실 가능성뿐 아니라, 연쇄 부실이 초래될 가능성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업권의 경우 채무 불이행자의 신용 회복률이 38.1%로, 은행(43.8%), 상호금융(57.7%) 등에 비해 낮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사의 부실채권 금액은 8500억원, 자본총액은 168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보험사의 대출채권 부실에 대한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가 158.1%, 손해보험사가 89.2%로 은행(215.3%)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의 대출채권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하나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계대출 차주 중 다중채무자, 저신용등급층, 저소득층 등 취약 차주 비중이 작지 않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경제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 부동산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보험사 대출채권의 잠재 위험 요인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향후에도 대출영업의 과당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 감독당국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과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