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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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대 병원 “정상 진료” 하는데 국립의료원, 전공의 지지하나

뇌혈관 전문의들 “환자 지키겠다”
의대 교수 6000여명 “25일 사직”
증원 배분 작업 속히 마무리해야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들이 엊그제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을 지지한다”며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전공의 90% 이상이 병원을 떠나 의료 현장에 문제가 적지 않은 가운데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인 국립의료원 전문의들이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낸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주영수 국립의료원장은 어제 “전문의들이 전공의 집단행동을 옹호하는 태도는 절대로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다행히 이런 의사들만 있는 건 아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는 최근 “우리는 끝까지 병원을 지키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두 학회는 뇌혈관 치료 전문의 1330명이 소속된 단체다. 두 학회는 “의사들의 (의사 증원 반대) 주장이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의료 공백) 현실”이라며 “그러기에 조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저희는 병원을 지키고 있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모든 일의 끝에는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가 있음을 명심하라”는 대목은 울림이 크다.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는 다른 교수들에 대한 부담이 작지 않았을 텐데 큰 용기를 낸 것이다. 이런 의사들이 있기에 국민들이 의사들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건국대 충주병원이 전국 대형 병원 중 처음으로 환자들을 위한 ‘정상 진료’를 선언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병원은 전공의 13명 중 12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사직서를 낸 교수·전문의가 없다고 한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번 달부터 응급의학 전문의 2명을 영입했고, 전문의 7명이 24시간 교대로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전공의가 적은 지역 대형 병원이 지역 의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병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국 의대 교수 6000여명이 그제 “오는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까지 파업에 가담한다면 두고두고 의료계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민이 의사들에게 더 등을 돌릴 것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더라도 뇌혈관 의사들처럼 환자를 지키며 정부와 대화하는 게 옳은 일이다. 대통령실은 어제 “교수들도 예외는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는 만큼 의대 증원 배분 작업의 속도를 높여 정책의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