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고물가 지속되자… ‘최후의 보루’ 학원비도 줄였다

미술, 체육, 음악은 집에서

#. 경기 고양시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박모씨는 내달부터 학원 수강과목을 2개씩 줄일 예정이다. 박씨의 두 자녀는 현재 수학과 영어, 태권도 등 6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다. 박씨는 “두 딸의 학원비로 매달 130만원 가량을 내야 하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며 “태권도와 피아노 등 예체능 과목을 줄일 계획인데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 서울 노원구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최근 줄어드는 원생을 보며 고민이 깊다. 이씨는 “물가가 크게 올라서 그런지 한달만 쉬었다 오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올 들어 원생이 30% 정도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전문 입시 학원 홍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계가 ‘최후의 보루’로 여겨온 학원비 결제 마저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BC카드는 지난 2월 교육분야 매출이 1년 전보다 24% 급감했다고 18일 밝혔다.

 

2월 전체 매출도 1년 전보다 4.2% 감소했지만, 교육분야 매출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최근 4년간 교육분야 연매출은 지난해 초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근 1년간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0% 감소해 4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는 최근 1년간 예체능학원(-31.5%), 보습학원(-26.7%), 외국어학원(-26.5%)에서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탓이다.

 

BC카드는 “2월에는 교육 분야 외에도 스포츠(-17.0%), 펫(-15.4%), 식당(-11.2%), 주점(-10.7%) 등 주요 분야 매출이 전년 같은 달 대비 10% 이상씩 감소하는 등 고물가 지속으로 인한 가계소비심리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계소득에서 사교육비 비중이 커지면서 ‘에듀푸어’를 양산하고 가뜩이나 확산중인 출산 기피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총 27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을 제외한 참여학생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을 기록해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초·중·고 전체 학생수는 약 521만명으로 전년대비 약 7만명(-1.3%) 감소했으나 사교육비 총액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N수생’ 학원비는 이번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실제 사교육비 지출은 훨씬 더 많다는 의미다.

 

재수종합 학원에 다는 박모(19)씨는 “학원비와 교재비로 월 250만원이 든다”며 “각종 시험이나 자료 비용까지 감안하면 학원비는 더욱 늘어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