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지난달 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탈락 이후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한 달을 보냈다. 성적 부진 등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특히 선수단 내부 문제도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축구 천재’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PSG)은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카타르에서 충돌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지탄을 받았다. 두 선수가 화해하면서 잠잠해지나 했던 대표팀은 아시안컵 준비 기간 아랍에미리트(UAE) 훈련 캠프에서 어린 선수들과 직원이 ‘카지노 칩’까지 사용하며 소액의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사실이 밝혀져 분노가 커졌다. 태극마크의 무게를 잊은 채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제는 이강인을 비롯한 선수들이 직접 그라운드에서 헌신하며 축구팬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르기 위해 귀국하는 ‘미운 오리’ 이강인과 유럽파 선수들이 소집 직전 소속 팀 경기에서 나란히 골맛을 보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강인은 18일 프랑스 몽펠리에의 스타드 드라 모송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랑스 리그1 몽펠리에와의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팀이 3-2로 앞서던 후반 8분 득점포를 가동했다.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원더골’이었다.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공격수 란달 콜로 무아니와 패스를 주고받아 수비수를 제치며 공간을 만든 뒤, 강력한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갈랐다. 지난 6일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12일 만에 나온 공격포인트.
이강인은 이번 시즌 리그 2골 2도움을 포함, UCL에서 1골 1도움, 프랑스 슈퍼컵에서 1골 등 공식전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이강인은 ‘탁구 게이트’ 이후 PSG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날 6-2로 완승하며 승점 59를 수확한 PSG는 2위 브레스트(승점 47)와의 승점 차를 12로 벌리고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몽펠리에전을 마친 이강인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대표팀에 합류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소화한다. 한국은 태국을 상대로 21일(홈)과 26일(원정) 2연전을 치른다.
이날 이강인 외에도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27·즈베즈다)과 스트라이커 조규성(26·미트윌란)도 득점을 신고했다. 황인범은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26라운드 라드니치키와 홈 경기에서 팀의 4번째 골을 넣고, 5번째 골을 도우며 5-0 대승에 기여했다. 조규성은 수페르리가 바일레와의 22라운드에서 후반 51분 페널티킥 쐐기골로 리그 10호 골을 완성,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한편 태국과의 2연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은 이날 오후 K리거들을 중심으로 소집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번째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늦은 시간 입국한 손흥민과 황인범,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는 공개 훈련에서 제외됐다. 이강인을 비롯한 홍현석(24·헨트)과 조규성은 19일 귀국한다. 속죄를 원하는 이강인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실력으로 믿음에 보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