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1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던 인터넷TV(IPTV) 업계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에 발목이 잡혔다.
국민 10명 중 8명이 OTT를 이용하면서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은 감소하고 있고, 제작단가 상승과 OTT 중저가 요금제 결합 등 대외적인 상황도 치명적이다. 공세를 강화하는 OTT의 압력에 대항하기 위해 IPTV업계는 인공지능(AI) 사업을 비롯해 직접 제작 콘텐츠 강화 등 사업 다각화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료방송시장 방송사업매출액은 7조2041억원이다. 문제는 증가세다. 방송사업매출액 증가폭은 2020년 5%에서 2022년 2.7%로 계속 줄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은 통신3사를 주축으로 한 IPTV업계와 SO사업자(종합유선방송국),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매월 평균적으로 이용자들이 내는 월평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보면 IPTV의 위기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IPTV의 월평균 ARPU는 2019년 1만4076원에서 2022년 1만3312원으로 매해 감소 중이다. 매달 가입자들을 통한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가입자 수가 이런 수익 감소를 메꿀 정도로 증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IPTV 등 유료방송 가입자는 2022년 3629만명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해 IPTV 3사(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의 VOD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IPTV를 포함해 유료방송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OTT의 시장확대다. 지난해 기준 OTT 이용률은 77%에 달한다. IPTV가 수세에 몰린 사이 OTT사업자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대표적인 OTT인 넷플릭스의 2022년 매출은 77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4% 증가했다.
외부 상황도 부정적이다. 현재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OTT 구독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신사 중저가 요금제에 OTT 광고 요금제를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IPTV가 방송 시장을 OTT에 내주는 상황에서 OTT 가격 인하를 위한 결합 요금제까지 늘리게 되면 IPTV 사업을 하는 통신 3사는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다각화를 통해 활로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LG헬로비전은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방송채널사용사업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콘텐츠사업 등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변경을 추진 중이고,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OTT의 등장과 함께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시장의 위축은 예상돼 있던 일”이라며 “결국 콘텐츠 제작사(CP사)를 비롯해 배급, 송출, 플랫폼 등 사업 다각화로 성장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