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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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차세대 괴물 반도체 ‘블랙웰’ 공개

젠슨 황 “새 산업혁명 추진하는 엔진”
신형 AI 칩 ‘GB200’ 성능 30배 개선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18일(현지시간) 기존 제품의 최대 30배에 달하는 성능을 자랑하는 차세대 AI 칩을 공개했다. 업계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을 공개하고 있다. 새너제이=AFP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AI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4)’에서 “새로운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엔진”이라며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B100과 B200을 공개했다. 

 

이들 GPU는 엔비디아의 새 AI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방식) ‘블랙웰(Blackwell)’을 기반으로 한다. B200 2개를 중앙처리장치(CPU)와 연결해 만든 ‘슈퍼칩’ GB200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GB200은 현존 최고 성능 AI 칩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H100에 비해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의 추론 성능을 30배까지 향상한다. 반면 LLM 구동에 드는 비용과 에너지 소비는 25분의 1로 줄어든다. 

 

이러한 초고도 성능을 구현해낸 것은 트랜지스터(전압을 증폭하는 반도체 소자)의 개수다. 황 CEO는 GB200이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장착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H100(800억개)의 2.5배 수준이다. 황 CEO는 “현재 기술로는 이 많은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다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두 개의 칩을 연결해 하나처럼 작동하는 플랫폼 전략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I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빅테크(거대기술) 기업들은 앞다퉈 구매 행렬에 나서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오픈AI, 아마존 등이 모두 블랙웰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블랙웰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공정으로 제조되며, 올 연말 출시 예정이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H100이 현재 개당 최대 4만달러(약 5360만원)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새 칩 가격은 최소 5만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본다. 

 

획기적인 성능의 차세대 칩이 공개되면서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80%가 넘는다. 엔비디아는 이날 자체적으로 훈련시킨 소형 로봇 ‘오렌지’와 ‘그레이’까지 선보였다. 반도체 시장을 넘어 AI 기술의 ‘종착점’으로 꼽히는 로봇 사업까지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새로운 칩에 다수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탑재될 예정이어서 글로벌 HBM 시장 90%가량을 장악한 양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가 열린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H의 실물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양사는 이날 GTC 2024에서 나란히 전시관을 마련하며 HBM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에 성공해 이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이다. HBM3E는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출시할 GPU H200, 연말 선보일 블랙웰 GPU(B100·B200) 등에 탑재된다.

 

앞서 미국의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이 지난달 26일 엔비디아의 H200에 탑재될 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실제 납품을 위한 대량 양산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36기가바이트(GB) HBM3E 12단의 실물을 GTC에서 처음 공개했다. 전작인 HBM3 8단 대비 성능과 용량 모두 50% 이상 개선된 제품으로,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지안·이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