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양 집안 간 ‘가문 싸움’을 벌였던 영풍에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 등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상정한 ‘현금 배당안’이 주주 61.4%의 동의를 얻어 원안대로 통과됐다. 통과된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결산 배당을 고려아연이 최초 상정한 주당 5000원으로 상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안건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 양측은 그간 첨예한 견해차를 보여왔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현재 별도 기준으로 7조4000억원의 이익잉여금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여력이 충분한 만큼 현금 배당을 1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무려 96%에 이르는 주주환원율을 요구하고 있다”며 “무리한 주주환원보다 기업환경 개선과 신규 투자에 기업의 이익을 활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캐스팅보트’로 큰 관심을 받았던 국민연금마저 원안에 찬성하면서,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과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에 표를 던졌다. 주주총회에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서스틴베스트와 ISS, 국내 기관인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 등 대표적인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들이 모두 고려아연이 제시한 중간배당금 1만원과 기말결산배당금 5000원 배당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이날 현금 배당안과 더불어 주총 핵심 안건으로 꼽힌 ‘정관 변경의 건’은 부결됐다. 다만 정관 변경 안건의 경우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던 만큼 당초부터 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바 있다.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의 지분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주주들이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과반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고려아연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이 나온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압도적인 지지로 의결됐다. 최 회장이 이끄는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와 ESG경영 전략이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