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료인 황대헌(강원도청)의 ‘팀킬 논란’에 휩싸여 금메달을 놓친 남자 대표팀 에이스 박지원(서울시청)이 목에 보호대를 하고 팔에 붕대를 감은 채 귀국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남자 1000m 결승에서 동료인 황대헌에게 밀려 넘어지며 펜스에 강하게 부딪혔던 박지원은 머리를 고정하기 위한 목 보호대를 차고 왼팔을 붕대에 감은 채 입국장을 나섰다. 박지원은 “속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계속돼서 (목을) 고정을 해놓았다. 의료진이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면서 “목과 머리에 충격이 컸는지, 신경통이 계속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1000m 결승 경기 후 황대헌이 직접 사과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박지원은 “그 부분에 대해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지원은 올 시즌에만 황대헌에게 경기 중 세 차례 반칙을 당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황대헌은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뒤에서 밀치는 심한 반칙을 범해 옐로카드(YC)를 부여받고 모든 포인트가 몰수되기도 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이틀 연속 반칙을 범했다. 16일 남자 1500m 결승에서 박지원이 선두로 달리며 결승선까지 두 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3위로 달리던 황대헌이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두 선수는 충돌했고, 박지원은 바깥쪽으로 밀려나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지원과의 충돌 후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황대헌은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그 다음날인 17일 1000m 결승에서도 박지원은 결승선까지 세 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세 번째 곡선주로에서 인코스로 파고들어 황대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추월당한 황대헌이 박지원을 잡아채면서 박지원은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펜스와 강하게 충돌했다.
황대헌에게 올 시즌에만 경기 중 세 차례 반칙을 당한 박지원은 이전 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는지 질문을 받자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다시 한번 언급을 피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하며 ‘크리스털 글로브’ 2연패에 성공한 박지원이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남자 계주 은메달 1개에 그쳤다. 계주가 1000m 결승 이후에 펼쳐져 박지원은 부상으로 결승엔 출전하지도 못했다.
박지원으로선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선발권이 걸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해 오는 4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통과해야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르면, 차기 시즌 국가대표는 세계선수권대회 국내 남녀 선수 중 종합 순위 1명이 자동 선발되지만, 해당 선수는 개인전 1개 이상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그간 뛰어난 기량에 비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그리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시니어에 데뷔한 뒤 박지원이 태극마크를 단 것은 데뷔 시즌인 2015~2016시즌과 2019~2020, 2022~2023, 2023~2024 네 시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박지원은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이 한 번도 없다. 이 때문에 아직 군복무도 면제받지 못한 상황이다. 박지원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2024~2025시즌에 태극마크를 달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로 군복무를 면제를 받아야 가능하다. 박지원으로선 선수생활에 위기가 온 셈이다.
박지원은 “중요하다고 간절하게 준비하기보다는 지금처럼 꾸준하게 열심히 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팀킬 논란’ 중심에 선 황대헌은 충돌 상황에 대해 “서로 경쟁하던 상황이었다. 시합을 하다보면 충분히 많은 상황이 나온다.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반칙) 대상이 대한민국 선수고, (박)지원이 형이어서 되게 마음도 안 좋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 뒤 한참을 침묵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박지원을 향한 계속된 반칙에 대해 황대헌은 “절대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니 너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쟁하다 그런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황대헌은 1000m 결승이 끝난 뒤 부상당한 박지원과 대화를 나눈 건 없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서로 경쟁하다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재정비해서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