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무용 ‘부채춤’이 중국 춤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한 국내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서경적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요즘 전 세계 곳곳에서 ‘부채춤’에 관한 제보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게시했다.
공개된 사진을 살펴보면 지난달 24일 미국 프로농구(NBA) 덴버 너게츠 홈 경기장에서 음력설을 맞아 ‘중국 댄스팀’으로 소개된 중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공연을 진행했다.
지난달 말에는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진행된 대형 퍼레이드 행사에서 중국인들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 앞에서 부채춤을 췄다.
프랑스 한 여행사 사이트에는 최근 막을 내린 세계적인 축제 ‘니스 카니발’을 소개하면서 ‘중국인 댄서’라는 설명과 함께 부채춤 추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서 교수는 “이러한 상황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어서 자칫 ‘부채춤’이 ‘중국춤’으로 외국인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봐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이날 기사가 보도된 뒤 댓글에는 “왜 남의 나라 전통 복장을 하고서 자기네 거라고 우기냐”, “부채춤이 정말 부러웠나 보다”, “지금 30~40대 초등학교 운동회 사진에 부채춤 사진 한 장씩 다 가지고 있다, 어딜 감히!” 등 비판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요즘도 학교에서 부채춤 추나? 어렸을 때 운동회에서 한복 입고 부채춤 췄던 기억이 있다”면서 “점점 한복 입을 일도 사라지고 부채춤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는 한국의 부채춤을 ‘중국 민간 전통무용’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바이두는 백과사전에서 한국 부채춤을 ‘한족, 하니족, 조선족 등의 민족이 긴 역사를 거치며 각자 다른 특징을 형성한 중국 민간 전통무용 형식 중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 고궁박물관 공식 SNS에서는 한복을 차려입고 부채춤을 추는 사진을 ‘Chinese Dance’로 소개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여성 100명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과 장구춤을 선보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부채춤은 지난 1954년 원로 무용가 김백봉이 첫선을 보인 무용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다. 1992년 명작무로 지명됐고 2014년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됐다. 1954년 김백봉이 창작 발표한 김백봉류 부채춤이 가장 화려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서 교수는 “중국의 왜곡에만 분노할 것이 아니다”면서 “향후 부채춤의 역사에 관한 다국어 영상을 제작해 전 세계인들에게 부채춤은 ‘한국 무용’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