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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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난에… 서울애니센터 문 닫는다

서울경제진흥원, 31일 폐관 결정
연간 운영비 30억… 지출 증가세
월 3만명 방문… 시민들 큰 아쉬움
“2027년 창조산업허브서 서비스”

지난 17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 서울애니메이션센터. 1층 ‘만화의 집’에 들어서자 빈 좌석을 찾을 수 없을 만큼의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부모와 함께 만화의집을 찾은 어린이들은 4만권가량의 만화책을 둘러보더니 이내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 학습만화에 열중하는 모습이 많았다.

같은 건물 2층 ‘애니소풍’에서는 어린이들이 캐릭터 콘텐츠 기반 가상현실(VR)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모션인식 비행 게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약 2시간의 체험 코스를 마치고 나온 한 어린이는 상기된 얼굴로 ‘뽀로로’와 ‘타요’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대표 문화생활 공간인 이곳은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센터를 운영하는 서울시 출연기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최근 운영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0일 SBA에 따르면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2019년 3월 현재 자리 3560㎡ 규모로 이전·개관했다. 당초 1999년 남산 옛 서울중앙방송국(현 KBS) 건물에서 문을 열었지만, 이곳이 재건축에 들어가자 명동역에서 약 200m 떨어진 민간 빌딩 1~2층을 임차해 입주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제 시의원이 SBA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는 만화의집과 애니소풍을 합쳐 월 평균 약 3만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였다. 방학 기간에는 인파가 더욱 몰린다. 겨울방학 기간이었던 올 1∼2월 매월 약 3만7600여명이 센터를 찾았다. 저렴한 이용료와 내실 있는 콘텐츠 덕이라는 평가다.

만화의집은 시민 누구나 무료다. 애니소풍은 성인 6000원, 12세 이하 어린이 4000원을 내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센터에서 만난 나지영(41)씨는 “서울 어디에서도 이 돈으로 아이들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는 곳은 드물다”며 “잘 돌아가는 시설인데 갑자기 문을 닫는다니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SBA는 센터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이달 말 운영이 중단된다. 임대차 재계약을 추진하거나 대체 부지를 찾는 대신 운영 중단을 결정한 건 예산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SBA에 따르면 센터의 연간 운영비용은 약 30억원 수준이다. 임차건물의 임대료와 인건비 증가로 예산 부담은 매년 증가 추세다. SBA 관계자는 “SBA에는 (센터와 같은) 대시민 사업도 있지만 기업 지원사업도 있다”며 “한정된 예산을 기업 지원 쪽으로 투입할 경우 경제적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센터) 운영 방향을 고심하던 시점에 마침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을 마치고 2027년 남산에 문을 열 ‘서울창조산업허브’에서 센터의 대시민 서비스 기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서울시는 애니메이션 산업을 포함한 창조산업 지원시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창조산업허브를 지난해 말 착공했다. 사업은 시 경제정책실이 총괄하고 SBA는 센터 운영기관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SBA는 “만화의집 장서 중 소장가치가 있는 책은 보관해 향후 창조산업허브 내 카툰 라이브러리에 연계할 계획”이라며 “창조산업허브 개관까지 약 3년의 공백기 동안은 SBA가 운영하는 서울 시내 가용 공간들로 장서를 이전해 시민들이 열람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의원은 “서울애니메이션터는 만화 애호가뿐 아니라 영유아와 양육자의 편의를 위해 중요한 공간”이라며 “운영 중단으로 이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서울시와 SBA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