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다녀온 해외출장 10건 중 2건은 경비가 공개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의원 257명이 해외출장 경비로 쓴 국회 예산은 174억원에 달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1일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2020년 6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국회의원이 국회사무처·상임위원회 예산 또는 기타 경비로 다녀온 해외출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은 283건으로 조사 대상 316명 의원 중 257명(81.3%)이 해외출장을 갔다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가 공개된 해외출장 219건에 쓰인 비용은 173억9628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건당 7944만원이 쓰인 꼴이다.
국회사무처 예산으로 간 해외출장 2건과 피감기관 등 국회 외 기관에서 경비를 받아 간 해외출장 62건 등 64건(22.6%)은 경비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피감기관이나 민간기관의 경우 로비나 청탁 의혹 때문에 철저한 심사를 받도록 했다”면서도 “여전히 지원금액은 비공개하는 등 깜깜이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출장을 간 의원 181명(70.4%)은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를 결석하고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출장 횟수가 가장 많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18회·139일)과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18회·114일)이었다. 이어 민주당 김한정 의원(17회·82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17회·78일), 민주당 이재정 의원(16회·109일) 등 순이었다.
경실련은 “박병석 의원과 김진표 의원, 김영주 의원 등은 국회의장, 부의장을 역임해 의장단 해외 공식 방문 등으로 해외출장이 많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진석 의원도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고 있다.
경실련은 국회의원 해외출장 투명성 강화를 위해 국회의장 직속 관리기구에서 해외출장을 통합 관리하고 결과보고서에 출장 목적·경비 등을 예외 없이 표기할 것을 제안했다.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장인 하상응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국회의원들이 의회 외교나 제도 개선을 위해 현장방문을 해야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해외출장에서 얻은 성과를 책임 있게 의정활동에 반영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출장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