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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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늘려도, 가르칠 인원이 없다”… 30년 해부학 가르친 교수의 한탄

지역거점국립대 의과대학에서 30년째 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가 정부의 증원 후속 조치를 놓고 쓴소리를 내놨다.

 

손현준(61) 충북대 의대 교수(해부학)는 25일 입장문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카데바(해부용 시신) 수입 발언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카데바뿐 아니라 교수를 구할 수 없다는 점과 지금 4배 규모의 실습실과 준비실을 단시간에 만들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 의과대학 해부학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우선 손 교수는 충북대 의대 해부학과의 상황을 짚었다. 손 교수는 “(충북대) 실습실은 학생들이 다른 조를 오가며 보기 때문에 붐비는 상황”이라며 “50명을 가르치는데 교수 1~2명에 조교 1명이 지도해도 정신이 없는데 200명을 지도하려면 실습시간에 교수 최소 6명, 조교 4명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충북대 해부학과에는 교수 3명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1명이 실습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년을 4년 앞둔 손 교수는 조교 시절부터 30년간 해부학을 가르쳐왔다. 해부학은 의대 본과 1학년 때 3, 4, 5월 월~금요일까지 실습을 진행한다. 그는 “원래 이 시기에 가장 빽빽하게 교육 일정을 진행하는 데 학생들이 안 나와서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며 “(해부학은) 레지던트 교육과 전문의가 되어도 외과별로 워크숍을 여는 등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수와 조교 수급에 어려움도 짚었다. 그는 “해부학 교수를 훈련 시키려면 최소한 6~7년에 걸리고 조교도 4년은 배워야 실습실에서 어느 정도 학생지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강의야 외워서라도 할 수 있지만 해부 실습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낼 수 있는 교수는 훈련이 잘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소한 7~8년 훈련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박사후과정 전공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갑자기 교수진을 구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

의사 수를 늘린 해외 사례도 들었다. 손 교수는 “미국의 경우 1920년 이전에 사기꾼 의사가 많았고 심지어 6개월짜리 의과대학도 생기는 등 정부가 근본적으로 다시 숙의해서 세금 낭비, 의료 서비스 질 저하 등 국민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필수의료 담당 의사 공급에는 특수목적 체계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근무지역과 전공과목을 지정해 교육훈련 후 공공부문의 의료기관에서 최대 15년간 근무하다가 민간 영역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할 특수목적 의사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이고 표준적인 진료를 수행할 공공병원과 수련시설 또한 증설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부학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인체를 해부해 봄으로써 인체가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와 인체에 대한 경외감, 기증해 주신 시신에 대한 감사한 마음 등 이타적 치료자로서 자세를 갖추도록 하는 중요한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청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