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와이드하면서 동시에 매니아적인 넷플릭스를 통해 기생수를 선보인다는 건 저한테는 ‘덕질의 끝판왕’ 같은 느낌입니다.”
‘부산행’ ‘지역’의 연상호 감독이 내달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를 선보인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일본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가 원작이다.
연 감독은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을 좋아하고 나도 만들고 싶다는 덕질의 연속으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번 작품은 덕질의 끝판처럼, 성덕으로서 작업한 느낌이어서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원작은 아이돌 같은 작품”이라며 “이 만화 외에 다른 세계는 어떨지 상상하게 되더라.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한국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는 만화와는 배경과 인물, 내용이 다르다. 연 감독은 “이 작품은 원작과 별개”라며 “원작에서의 일들은 현재 (시리즈 속)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고, (시리즈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일을 다룬다”고 말했다.
1∼3화까지 언론에 먼저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가정폭력과 부모의 이혼으로 혼자 살아가는 마트 직원 수인, 폭력조직에 몸 담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강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기생생물들은 어느 날 불쑥 떨어져 인간의 뇌를 빼앗아 몸을 점령한 후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간다.
원작과 비교해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수인의 모습이다. 원작에서는 기생생물이 신이치의 오른손에 기생하면서 상호작용을 한다. 이 시리즈에서는 기생생물 ‘하이디’가 등장할 때 수인의 오른쪽 얼굴이 무척추생물의 촉수처럼 길게 뻗어나온다. 하이디는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수인을 살리느라 뇌를 다 빼앗지 못해 수인과 기묘한 공생을 한다.
연 감독은 “수인은 (MBTI 성격 검사의) 극F, 하이디는 극T인 성격”이라며 “극T인 인물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상상하며 기생생물과 수인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인은 감정 있는 인간이지만 하이디는 아주 감정이 메말라 있다”며 “극과 극의 인물이 한 몸에서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이 이 이야기”라고 밝혔다.
수인은 인간과 기생 생물 사이에 있는 인물로 일종의 회색과 같은 존재라 생각해 시리즈의 제목도 ‘기생수: 더 그레이’로 지었다.
원작에서 기생생물의 존재가 조금씩 알려지는 것과 달리 시리즈에서는 공연장에 기생생물이 출현하면서 바로 정체가 들통난다. 기생생물을 잡기 위해 전담반 ‘더 그레이’가 결성된다. 전담반을 이끄는 형사인 준경은 남편을 기생생물에게 빼앗긴 후 게임처럼 기생생물을 소탕하고 다닌다.
연 감독은 “원작은 인간과 다른 생물의 공존이 가능한가에 대한 굵직한 메시지가 있는데 ‘기생수:더 그레이’도 공존에 대한 이야기”라며 “성격이 완전히 다른 수인과 하이디가 공존해나가는 과정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만든 조직과 개인이 어떤 관계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사회 속 여러 조직과 수인의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공존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작만화를 읽고 이 시리즈를 감상할지 여부에 대해 연 감독은 “‘기생수: 더 그레이’ 마지막 장면은 원작 팬들이 환호할만하다. 마지막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만약 (오리지널 시리즈를) 끝까지 다 본다면 원작을 보고 보시는 게 훨씬 더 충격이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