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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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셰셰’ 발언 李 띄운 中 언론, 외국 총선 개입해선 안 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중국발 정치 개입, 여론 조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중국에 대한 ‘셰셰’(謝謝·고맙다) 발언 이후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를 비롯한 매체들은 25∼26일 ‘이재명이 윤석열의 대(對)중국 외교 정책 비난’, ‘이재명, 대만 문제와 한국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적’ 등의 보도를 통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언론 보도가 이 대표 발언이 있고 나서 사나흘 뒤부터 집중돼 중국 정부의 개입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도 화제가 됐다. 26일 오전 한때 ‘이재명이 윤석열을 비판했다’는 글이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다. 여기서는 이 대표를 가리켜 ‘한국에서 단 하나뿐인 현명한 사람’이라는 등 우호적인 댓글이 2만여 개나 달렸다고 한다. 윤석열정부의 대중국 외교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민주당을 편들어 왔던 중국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도 그랬다. ‘윤석열이 되면 전쟁 난다’, ‘룸살롱 어퍼컷이 되면 나라 망한다’, ‘이재명 황제 폐하’ 등 관련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이 정도면 우회적인 선거 개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선거 개입과 댓글부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여론 조작 의혹은 계속 제기돼 왔다. 2020년 미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것은 미 국가정보국(DNI)이 공식 확인한 바 있다. 2022년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페이스북 등을 통한 중국의 선거 여론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적 있다. 중국은 민주당의 선거 승리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대표 발언은 중국 언론에다 한국 정부 비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어서 부적절하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은 중국 업체가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만들어 친중·반미 가짜 뉴스 등을 무단으로 퍼뜨렸다고 밝혔다. 이런 불법 여론 조작과 함께 국내에 ‘동방명주’(東方明珠)와 같은 비밀경찰 조직을 운영해온 사실까지 드러났다.

중국 측의 정치 개입, 여론 조작을 방치할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민주주의 기본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가뜩이나 인공지능(AI) 기반 딥페이크가 확산일로 아닌가. 정부 당국은 경각심을 갖고 중국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중국도 주요 2개국(G2)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