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주말을 맞아 아내와 ‘마트 나들이’에 나섰다.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에 차를 댄 A씨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경동시장. 10분 남짓 걸어 도착한 경동시장에서 A씨는 인도 한쪽에 끝없이 펼쳐진 노점상을 한참 구경했다. A씨 가족은 이날 전통과 트렌드가 어우러진 경동시장 맛집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고, 공방에 들러 아기자기한 소품 등을 구매했다. 시장 구경을 마친 A씨는 다시 마트에 돌아가 생수 같은 무거운 물건과 라면, 시리얼 등 식품을 쇼핑했다. A씨는 “고물가에 채소와 과일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시장을 이용하고, 마트에서는 공산품을 구매했다. 마트의 쾌적함과 시장의 이색적인 즐거움을 둘 다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정기 휴무일이 평일로 전환되면서 대형마트 주말 고객이 지역 전통시장까지 함께 들르는 ‘상생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해 대형마트 규제 개선에 대한 소비자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공휴일 지정 원칙을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인 새벽시간대 온라인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 개선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동대문구는 서울 서초구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달 대형마트 평일 휴무일을 2·4주 수요일로 변경했다. 동대문구에는 홈플러스, 롯데마트 2개의 대형마트와 경동시장, 청량리시장 등 전통시장이 함께 있다. 부산 16개 구·군도 5월에서 7월 중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휴일 영업으로 전통시장의 매출 감소가 우려됐으나, 오히려 대형마트 쇼핑을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면서 주말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통시장 상인들은 주말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주변 전통시장의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볼거리, 먹을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경동시장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가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동대문구 소비자들은 휴일 대형마트 쇼핑이 가능해져 생활 불편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 쇼핑을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증가하면서 주말 매출이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경동시장의 구체적인 매출 수치 변화는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대구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후 6개월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슈퍼마켓과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매출은 6.6% 증가했다. 전통시장도 32.3% 매출액이 증가했다.
강 차관은 “최근 대형마트 휴일 영업으로 대형마트 방문객이 경동시장에 추가 유입되면서 상생 효과가 크다”며 “대형마트 휴일 영업은 소비자 불편을 감소시켜 생활 여건 개선 효과가 큰 만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소비자의 편익 증진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평일 전환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지난주 안덕근 장관의 이마트 용산점 방문, 이날 강 차관의 경동시장 방문 등 물가 안정을 위한 현장 점검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