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전세시장 강세가 실수요자를 매매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장기간 하락 중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상승 전환하고 매수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이에 매매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 국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2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와 동일하게 0.07% 오르며 4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 수도권(0.07%)도 서울과 동일하게 오른 반면, 지방은 -0.04%를 기록하며 전주(-0.02%)보다 하락 폭을 키웠다. 이에 따라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9390만원으로 6억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전셋값이 올라가는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로 매매 대신 돈을 적게 빌려도 되는 전세로 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 주택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 간 것도 한몫했다.
급격한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 상승의 불씨를 지피는 모양새다. 하락세를 거듭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이달 넷째 주 0.01%로 상승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첫째 주 하락세가 시작돼 이달 셋째 주 보합을 기록한 뒤 17주 만에 상승한 것이다. 25개 자치구 중 10곳에서 집값이 올랐고 7곳은 보합, 8곳은 하락했다.
매수 심리를 보여 주는 매매수급지수도 6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 18일 기준 86.6으로 전주(85.7)보다 0.9포인트 올랐다. 매매수급지수는 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12월 2만6934건으로 바닥을 찍은 후 올해 1월 3만2111건으로 급증했고, 2월에도 3만건을 유지하고 있다.
4월에 쏟아지는 신규 분양 물량도 시장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4월에 전국에서 총 30개 신규 아파트 단지 2만9519가구가 선보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총 21개 단지 1만4765가구) 분양 물량의 약 2배다.
청약 제도 개편으로 수요층이 더 확대된다는 전망도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부부소득 기준 완화, 배우자의 당첨 이력 및 주택 소유 배제, 부부 중복 청약, 신생아 특별공급 등 신혼·출산 가구가 매매할 여지를 넓혀 놨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부동산학)는 “정부가 이번에 신혼·출산 가구에 유리하게 청약 제도를 개편한 이유는 출산 장려 차원도 있겠지만 급속도로 줄고 있는 주택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다”며 “분양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젊은 층이 많아지는 만큼 아파트 거래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