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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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자전 속도 영향 ‘지구 시간’ 흔들린다

美 박사 논문 네이처지 게재

빙하 녹아내리며 속도 늦어져
윤초 조정 3년정도 지연될 듯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바뀌고,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시간’ 설정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지구물리학자 던컨 애그뉴 박사 연구팀은 극지방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지구의 자전 속도를 바꾸고 있다는 내용의 ‘지구온난화로 연기된 세계 시간 측정의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네이처지에 게재했다.

지구온난화 영향 속 남극의 해빙이 급속히 녹고 있는 가운데 남극 크리스탈 사운드에 빙하가 떠 있다. AP연합뉴스

논문은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의 영향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며 늘어난 해수가 해류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해 적도지방의 질량이 극지방보다 커졌고, 이에 따라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애그뉴 박사는 “빙판 위에서 회전하는 스케이터가 팔을 내리거나 다리를 뻗으면 회전 속도가 느려지고, 팔을 안쪽으로 당기면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하게 된다”면서 최근 지구 자전 속도가 변화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지구의 자전 속도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미국 NBC방송은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지구의 자전이라는 요소에 인간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라고 평했다.

 

지구 자전 속도의 변화에 따라 인간이 느끼는 ‘시간’도 변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류는 오랫동안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것을 24시간으로 정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1960년대 이후 기존의 지구 자전을 기반으로 하는 ‘그리니치 표준시(GMT)’ 대신 원자가 에너지를 방출하는 주기를 이용한 원자시계를 기준으로 한 ‘협정표준시(UTC)’가 사용되고 있어 표준시간 자체가 변화하지는 않는다.

 

대신 ‘윤초’ 개념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윤초는 원자시계로 측정된 시간과 지구 자전을 기반으로 측정된 시간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UTC에 더하는 ‘1초’로 1972년 이후 27차례 추가됐다. 최근 지구 외핵의 회전 속도가 느려진 영향 속 지구 자전이 빨라져 2016년 이후 윤초는 추가되지 않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과거와 반대로 UTC에서 1초를 빼는 것도 과학계가 고려 중이었다. 하지만, 극지방 얼음이 녹으며 1초를 빼는 시기가 3년 정도 늦춰졌다고 애그뉴 박사의 연구팀은 지적했다.

 

정보기술(IT), 위성 항법 등 산업계에서 표준시간이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지구 자전 주기 등 변수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윤초는 2035년부터 아예 폐지될 예정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