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유행 당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난민인정자를 배제한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영주권자·결혼이민자와 이들을 달리 대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외국인 A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A씨는 2018년 3월 난민법에 따른 난민 인정 결정을 받고 배우자, 딸과 함께 한국에 거주해왔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정부는 경기 침체를 회복하겠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A씨의 신청은 반려됐다.
당시 재난지원금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주민등록표상에 내국인이 1인 이상 등재돼 있고 건강보험 가입자·피부양자·의료급여 수급자인 경우라면 수급이 가능했다.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구라도 영주권자 혹은 결혼이민자가 건강보험 가입자 등인 경우도 포함했다.
다만 A씨 같은 난민인정자의 경우 지급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에 A씨는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구’는 영주권자 및 결혼이민자만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대상에 포함시키고, 그 이외의 외국인은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이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그 회복을 위한 지원금 수급 대상이 될 자격에 있어서 역시 이들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난민인정자가 한국의 보호를 받고,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취업활동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주권자·결혼이민자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이 난민인정자·영주권자·결혼이민자에 대해 동일하게 지원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댔다.
또 1994년 이후 2023년 6월 말까지 1381명이 난민인정을 받았다는 점을 짚으며 “난민인정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하여 재정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가족관계 증명이 어렵다’는 행정적 이유에 대해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