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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위 패널 종료에 한·미 러시아 비판…“범죄 도중 CCTV 파손한 것”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활동을 종료하게 된 것을 두고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 세계일보 자료 사진

황 대사는 이날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 부결을 두고 “전문가 패널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인질이 됐다”며 “러시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라는 안보리의 집단적 책임보다 맹목적인 이기주의를 앞세우면서 안보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산하 기구가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혐의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이날 임기연장이 불발되면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오는 4월 30일 종료된다.

 

황 대사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고수하는, 익숙하고 뚜렷한 수법을 채택했다”고 꼬집었다. 패널 임무를 연장한다는 단순한 결의안에 대북제재 전체를 연계해 1년 시한의 일몰 조항을 두자며 러시아가 무리한 수정 요구를 한 뒤 이를 서방 이사국이 받아들이지 않자 패널 임기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핑계로 삼았다는 것이다.황 대사는 “현 시점에서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온전한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및 탄도미사일 공급을 위해 북한을 두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미국도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오늘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감시하는 유엔 패널의 일상적인 임기 연장을 비토(거부권)했다”며 “오늘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더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불법적인 전쟁에 사용하기 위한 무기를 (북한에서) 수입하는 등 한동안 대북 제재를 위반해왔다”며 “북러 군사 협력 심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모든 국가가 매우 우려해야할 사안이다. 그런 국가에는 오늘 기권한 중국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세계의 비확산 체제를 단호하게 유지하고 러시아의 잔혹한 공격에 맞서 자신들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안보리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했다.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