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라는 이름의 외국인 투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78승을 거둔 투수로 통산 빅리그 평균자책점은 3.27에 불과하다. 여기에 사이영상 후보에 올라 2위와 3위를 차지했고 올스타전에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을 정도로 뛰어난 경력을 갖고 있다.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존) 수술을 받고 복귀한 지난해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이는 이력을 가진 건 확실해 보인다. 이런 선수가 한국에 온다면 어떤 성적을 낼까?
한 커뮤니티에서 류현진의 활약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한 팬이 남긴 글이다. 류현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첫 경기에서 부진한 탓이다.
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개막전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6안타 3볼넷을 기록하며 3.2이닝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삼진을 단 한 개도 잡아내지 못하면서 우려를 키웠다. 최원호 한화 감독이 “어느 팀에도 없는 류현진”이라며 기대를 드러냈지만 에이스가 나선 첫 경기에서 패한 한화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페냐와 김민우,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가 나란히 승리투수가 되며 선발 4연승을 달렸고, 올 시즌 4승1패로 2위에 올라있다. 한화가 선발 4연승을 거둔 건 2008년 최영필과 정민철, 류현진, 송진우가 연달아 승리한 이후 16년 만의 쾌거다. 이제 류현진만 잘하면 된다는 의미다.
그동안 류현진은 어두웠던 한화의 한 줄기 빛이었다. 구단은 류현진을 위한 온갖 배려를 다 해줬다. 던지고 싶다면 던지게 해줬고, 로테이션을 거르겠다면 쉴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류현진은 무럭무럭 성장했고, 한화의 지원과 협조 속에 빅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류현진은 그동안 못 이뤘던 대업을 완성해야 한다는 임무를 갖고 한화로 돌아왔다. 첫 경기에서 체면을 구긴 만큼 반등이 필요하다. 에이스의 역할은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줘야 하는 만큼 한화의 초반 상승세가 끊어지지 않으려면 류현진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전에서는 이미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9일 류현진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홈 개막전에서 KT를 상대로 시즌 두 번째 선발등판 경기를 갖는다. 류현진이 홈경기에 출격하는 건 2012년 이후 4194일 만이다. 류현진이 등판한다는 소식에 티켓은 모두 팔려나갔다. 취재열기까지 뜨거워지면서 한화는 원만한 환경 조성을 위해 언론사의 취재 신청까지 미리 받기도 했다. 류현진이 KT를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류현진은 2012시즌을 마친 뒤 빅리그에 입성했고, KT는 2015년 창단해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