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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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쪼아먹은 새 수백 마리 떼죽음…농장주 “화가 나 농약 주입”

과수원 내 귤을 쪼아먹는 텃새에 앙심을 품고 귤에 고의로 농약을 주입한 과수원 주인이 자치경찰에 붙잡혔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27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 과수원서 귤을 쪼아먹고 폐사한 새 떼. 제주자치경찰 제공

A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한 과수원 감귤에 일부러 주사기로 농약을 주입해 이를 쪼아 먹은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 새 200여 마리를 폐사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수원은 A씨 소유로 알려졌다.

 

27일 “새들이 떼로 죽고 있다”는 행인 신고를 접수한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와 자치경찰은 현장 조사를 벌여 농약 중독을 폐사원인으로 추정했다.

 

수사에 착수한 자치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같은날 오후 주거지 인근에서 검거했다.

 

A씨는 자치경찰 조사에서 “새들이 과수원 귤을 쪼아먹어 화가났다”며 “실제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차량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살충제 성분의 농약도 발견됐다.

 

자치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죽은 조류 샘플과 해당 과수원 감귤을 수거해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 과수원서 귤을 쪼아먹고 폐사한 새 떼.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이순호 서귀포지역경찰대장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조류 사체(광주질병관리원)와 감귤 일부(보건환경연구원)의 성분 분석을 의뢰해 피의자가 보관하던 농약과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관련 증거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야생생물을 포획·채취하거나 죽이기 위 폭발물, 덫, 창애, 올무, 함정, 전류 및 그물을 설치 또는 사용하거나 유독물, 농약 및 이와 유사한 물질을 살포하거나 주입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