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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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중남미서 방산 수출 역대 최대 달성

향후 ‘수조원대’ 수주 가능성까지

HD현대중공업이 페루에서 함정 4척을 수주하며, 중남미 함정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사업 규모는 국내 기업의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인 4억6290만달러(약 6240억원)다. 더불어 앞으로 15년간 페루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추가 계약을 유리한 위치에서 선점할 수 있는 상황이라, 향후 수조원대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로부터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건조 공동생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수주 규모는 총 4억6290만달러로 3400t급 호위함 1척, 2200t급 원해경비함 1척 및 1500t급 상륙함 2척을 공동생산한다. 

 

HD현대중공업이 함정의 설계, 기자재 공급 및 기술 지원을 수행하고, 시마조선소가 최종 건조를 맡게 된다. 함정은 2029년까지 페루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이 페루로부터 수주한 3400t급 호위함(가운데), 2200t급 원해경비함(아래), 1500t급 상륙함(위)의 조감도. HD현대중공업은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로부터 함정 4척을 수주해 총 4억6290만달러의 수출을 기록했다. HD현대 제공

이번 수주는 △국방부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주페루 한국대사관 △코트라(KOTRA) 등 정부 기관과 기업이 ‘팀코리아’가 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쟁쟁한 경쟁국들을 제치고 성사됐다.

 

여기에 더해 4월 예정된 본계약이 체결되면 HD현대중공업은 향후 15년간 페루 해군의 전력 증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을 이어 나가게 된다. 이에 따라 후속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페루 해군은 호위함 5척, 원해경비함 4척, 상륙함 2척 등을 추가 발주할 계획이다. 이를 고려하면 전체 사업비 규모는 수조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한 함정이 많은 남미 지역에서 최신 함정으로의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희소식이다. 이번 페루 함정 수주가 지역 내 다른 국가로도 수출을 확대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대표 부사장은 “이번 수주는 남미 함정 시장 개척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풍부한 수출 경험과 앞선 기술력으로 남미 시장에 K-함정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선박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세와 반도체 등 IT 업황 회복으로 올해 2분기에도 수출 증가세와 무역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한국무엽협회 초청 행사에서 올해 수출 목표를 역대 최대인 7000억달러로 제시하며 “1분기 수출플러스에 이어 2분기에도 수출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개최한 제3차 수출지역 담당관 회의에서 “수출 우상향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선 신흥시장으로의 다변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며 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 기업의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개도국) 벨트’ 구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에 수주한 호위함은 길이 127m, 폭 14.9m, 최대속도 26.5노트, 항속거리 6000해리로, 대함미사일과 수직발사대가 탑재되고 대공 탐지 능력을 높일 수 있는 AESA 레이더가 장착될 예정이다.

 

원해경비함은 길이 95m, 폭 14.3m, 최대속도 20노트, 항속거리 6000해리로 중형 해상작전 헬기를 운용할 수 있다. 상륙함은 길이 58m, 폭 13.2m, 최대속도 10노트, 항속거리 1500해리로, 대형 장갑차 7대 이상 또는 20피트 컨테이너 20개 이상을 수송할 수 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987년 뉴질랜드에 8400t급 군수지원함을 인도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필리핀으로부터 수출용으로 개발한 2200t급 원해경비함 6척을 수주하는 등 현재까지 총 18척의 해외 함정을 수주했다.


채명준·이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