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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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이종섭, 대사 임명 25일 만에 결국 사임…초유의 상황

호주에 외교적 결례를 범한다는 지적도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 회피 공세를 받았던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9일 결국 사임했다.

 

국가를 대표해 외국에 주재하는 공관장이 임명 한 달도 안 돼 사임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유의 상황이 됐다. 지난 4일 대사로 임명 된지 불과 25일만이다. 부임지인 호주에는 채 열흘도 머물지 않은 셈이 됐다. 호주에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공관장 합동 회의 참석을 위해 승강기에 타고 있다.뉴시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발생한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전격 임명됐다. 특히 공수처가 지난해 12월 그를 출국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대사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그는 10일 호주로 떠났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도피성 출국’이란 비판이 이어졌고 총선에서 여권의 큰 악재로 부각되면서 이 대사는 결국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지난 21일 전격 귀국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국민의힘 경기 성남 분당을 김은혜 후보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종섭 호주대사는 즉시 귀국하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 임하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하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 일정을 조사대상자에게 맞출 순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 만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즉각 소환하고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산협력 관계부처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사가 외교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는 강력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귀국 일주일여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29일 오전 예정된 한국무역보험공사 방문 일정에 불참했고, 외교부는 사의를 수용했다.

 

이 대사는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