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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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사퇴’에 ‘민심’ 강조 나선 與…野 “울며 겨자 먹기식 사의일 뿐”

국민의힘이 29일 “민심에 순응하며 민심을 따르고 변화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사퇴를 놓고 보인 반응으로, 이 대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돌아선 민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울며 겨자 먹기식 사의’일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 대사 임명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29일) 이 대사가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며 “언론플레이와 정치공작에도 국민의힘은 민심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국민의힘은 국민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아들였고, 잘못하고 있다는 꾸짖음은 더욱 낮은 자세로 받들었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민주당을 향해선 각각 ‘언론플레이’와 ‘정치공작’을 펴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대사를 둘러싼 의혹을 두고 공수처는 제대로 된 수사는커녕 소환 조사조차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수사 준비도 안 된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이 입장까지 내며 정치적 현안에 직접 뛰어들어 불을 지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정치 공세에 화력을 집중했다”며 “대사직을 수행하던 공직자에게 도피 프레임을 씌우며 기어이 외교 결례까지 무릅쓰게 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정치공작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아온 이 대사는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지 25일만인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사를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이 대사가 오늘(29일)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면서 “저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변호사가 전했다. 외교부는 “이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남정탁 기자

박 단장은 이 대사의 입장과 관련해 “이 대사는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토록 민주당이 원하는 진실이 밝혀지도록 공수처가 신속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 대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총선 민심에 떠밀린 울며 겨자 먹기식 사의일 뿐”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김민석 총선상황실장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어차피 이럴 걸 왜 임명해서 국가를 망신시켰느냐”며 “권력으로 국민을 이기고 속이는 것이 영영 가능할 줄 믿었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이 대사를 향해 “빨리 소환하라는 할리우드 액션 말고 공수처에 제출 안 한, 쓰던 휴대폰부터 내놓고 공수처 조사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촉구했고, 공수처에는 “당장 이 대사를 출금(출국금지) 조치하고, 쓰던 휴대폰을 확보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이 대사를 호주로 도피시키고 외교 망신까지 초래한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은 윤 대통령”이라며 즉각적인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