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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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총리 "나토 가입은 잘한 결정… 덕분에 번영"

나토 가입 20주년 맞아 동맹국 군대 장병 격려
"국방비 지출 GDP 대비 3% 이상으로 늘릴 것"

에스토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20주년을 맞아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을 거듭 밝혔다. 과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지금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에스토니아는 이제 GDP의 3% 이상을 국방비에 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칼라스 총리 SNS 캡처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자국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 등 나토 동맹국들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날은 에스토니아가 나토의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2004년 나토는 과거 소련 지배를 받았거나 그 영향권에 있었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를 나토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칼라스 총리는 “안보는 곧 번영”이라며 “20년 전에 내려진 그 올바른 결정(나토 가입) 덕분에 우리는 자유롭고 안전한 에스토니아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스토니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나토 동맹국들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에스토니아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에스토니아는 국제사회의 러시아 규탄을 주도해왔다. 작은 경제 규모임에도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금액의 군사원조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지원금의 총액은 당연히 미국이 세계 1위이나 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금 비율은 에스토니아가 1등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칼라스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경계하는 서방 지도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과거 오랫동안 제정 러시아 및 그 후신인 소련의 지배를 받았다. 1991년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를 계기로 겨우 독립국 지위를 되찾고 그때부터 서방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했다. 덕분에 2004년 나토와 유럽연합(EU) 동시 가입을 실현할 수 있었다.

28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에 주둔 중인 나토 동맹국 부대를 방문한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운데)가 부대 현황을 보고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칼라스 총리 SNS 캡처

하지만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발트 3국에선 요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가 이대로 주저앉는 경우 러시아의 다음 표적은 발트 3국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칼라스 총리는 방위비를 GDP 대비 3% 이상으로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규범에 입각한 세계 질서를 허물겠다는 크레믈궁의 의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나토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동맹국은 국방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에스토니아는 이제 GDP의 3%를 방위비로 쓴다”고 덧붙였다.

 

칼라스 총리는 오는 10월 물러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나토 사무총장의 후임자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된다. 다만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강대국들이 마르크 뤼터 현 네덜란드 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라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