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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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2차전 현장메모] 카메라 워킹, 기술력 떨어져 비디오 판독 잘 못하는 공중파 중계, 이제는 고맙지 않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2차전이 열린 30일 수원체육관. 1세트 현대건설이 15-12로 앞선 상황에서 양효진의 개인 시간차성 오픈 공격이 흥국생명 코트에 꽂히자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현대건설 세터 김다인의 발이 랠리 과정에서 센터라인을 침범했다는 주장이었다.

비디오 판독이 들어오게 되면 곧바로 전광판에 판독 장면에 관련된 리뷰 화면이 떠야 하지만, 화면은 좀처럼 뜨지 않았다. 한참이나 뒤늦게야 전광판에 장면이 떴는데, 김다인의 발이 센터라인에 넘어가는지에 대한 장면이 아닌 양효진의 공격이 성공하는 장면이었다. 이에 아본단자 감독은 이 장면이 아니라며 본부석을 향해 어필하기도 했다.

 

판독 신청 장면은 한참 뒤에야 떴고, 제대로 판독하기 힘들만큼 중계카메라가 잡아내지 못했다. 애매한 화면으로 해낸 판독 결과는 센터라인 침범이 아니라는 것이었다.(실제로도 김다인의 발이 넘어가지 않았다)

 

이날 두 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KBSN스포츠나 SBS스포츠 등 한 시즌 내내 배구를 중계해온 스포츠 전문 채널이 아닌 KBS의 지상파 중계였다.

 

KBS의 지상파 중계가 배구를 생중계하게 되면 비디오 판독이 힘들었던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시즌 내내 배구를 중계해온 스포츠 전문 채널의 카메라 워킹에 비해 한 시즌에 고작 5~6번에 그치는 중계진의 카메라 워킹은 세세한 것을 담아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비단 판독뿐만 아니라 평소 플레이를 담아내는 카메라 워킹도 스포츠 전문 채널의 그것에 비해 떨어진다. 

 

과거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라이벌 구도가 극심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선두 다툼을 벌이던 두 팀의 경기를 지상파 중계가 들어왔고, 디그되어 넘긴 공이 안테나 안으로 넘어왔는지, 밖으로 넘어왔는지를 두고 판정이 엇갈린 적이 있었다. 지상파 카메라로 찍은 장면으로는 안테나 안인지 밖인지 판독하기가 힘들어 판독불가 판정이 나왔다. 그 비디오 판독의 애매함 때문에 경기 결과가 그대로 이어졌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KBS는 한 시즌에 5~6번의 중계 계약을 맺는다. 이를 뺀 나머지는 두 스포츠 전문 채널이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중계진의 기술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터치아웃이나 인아웃 여부 등 비교적 판독이 쉬운 것은 공중파 카메라도 잘 잡아내는 편이지만, 센터라인 침범이나 오버넷, 넷터치 등 판독이 어려운 부분에서 공중파 카메라가 잘 잡아내지 못해 비디오 판독이 애매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공중파 중계가 들어오는 날이면 구단 관계자들은 물론 심판위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과거 케이블 TV 등의 보급률이 떨어졌던 시절엔 공중파 중계를 감사해하며 받아들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케이블 TV와 IPTV 등의 보급률을 합치면 95% 이상이 넘어간다.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챔프전을 중계해도 보고 싶은 이들은 모두 볼 수 있다. 게다가 프로배구는 네이버로도 생중계를 볼 수 있다.

공중파 중계가 들어오면 방송 시간을 이유로 경기 시작 시간도 바꿔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선수들 입장에도 달갑지 않다. 자본 논리를 떠날 순 없겠지만, 이제는 더이상 공중파 중계를 고맙게 느끼지 않는 시대가 왔으니 점수 1~2점에 한 해 농사의 성패가 달린 챔프전 같은 경기엔 공중파 중계가 안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면 카메라 워킹은 그대로 스포츠 전문 채널에 맡기는 게 어떨까. 

 

이제는 스포츠 전문 채널의 시청률이 공중파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시대가 왔다. 공중파라고 스포츠를 더 보는 게 아니란 얘기다. 더더욱 공중파 중계가 설 자리는 사라진 셈이다. 이번 여자부 포스트시즌의 경우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플레이오프 1차전 2.06%를 시작으로 2차전 2.36%, 3차전 2.08%,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챔프전 1차전 2.18%까지 모두 2%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4일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플레이오프 2차전 중에는 순간 시청률이 3.58%까지 치솟기도 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