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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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2차전 리뷰] “2차전도 5세트 깔까 봐요”라던 강성형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됐다...현대건설. 2경기 연속 3-2 승리 거두며 우승 확률 ‘83.3%’ 잡았다

”2차전도 5세트까지 갈까 봐요“

 

지난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1,2세트를 내주고 3,4,5세트를 따내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이 한 말이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정관장과의 플레이오프를 3경기까지 치르고 올라온 흥국생명의 체력적 부담이 훨씬 심한 것을 겨냥한 뼈있는 말이었다.

1차전에서도 3세트 이후 체력 저하가 현저한 모습을 보였던 흥국생명은 3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2차전에서도 4세트 이후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3세트까지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며 승리를 눈 앞에 뒀던 흥국생명은 4세트 들어 한 자리에서만 연속 점수를 허용하며 17-25로 내줬다.

 

세트 스코어 2-2에서 맞이한 5세트. 다시 0-0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세트지만, 이전 세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흥이 오를대로 오른 현대건설 선수들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흥국생명을 압도했다. 세트 초반부터 1~2점차 앞서나가던 현대건설은 10-8에서 모마의 오픈 공격으로 11-8로 점수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안정적으로 리드를 이어간 현대건설은 12-11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현대건설엔 해결사가 모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양효진의 오픈 공격으로 13-11로 벌리며 한숨 돌렸다. 레이나의 퀵오픈이 다시 현대건설 코트에 꽂히며 흥국생명도 13-12까지 따라 붙었지만, 이번엔 김연경의 공격을 위파위가 걷어올린 뒤 모마가 오픈 상황의 백어택을 성공시키며 14-12 매치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흥국생명도 김연경이 퀵오픈을 성공시켜 14-13으로 따라붙었지만, 이어진 랠리에서도 모마의 백어택이 상대 블로커를 맞고 관중석쪽으로 날아가며 현대건설의 세트 스코어 3-2(23-25 25-21 21-25 25-17 15-13) 승리로 끝이났다.

 

1,2차전을 모두 휩쓴 현대건설은 83.3%의 우승 확률을 잡았다. 이번 여자부 챔프전 이전까지 1,2차전을 한 팀이 모두 이긴 경우는 6차례였는데 5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한번은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우승을 내준 흥국생명이었다.

지난 1차전에서 팀 공격의 51.53%를 책임지며 양팀 통틀어 최다인 37점을 터뜨렸던 모마는 이날도 팀 공격의 38.71%를 때려내며 34점을 몰아쳤다. 공격 성공률은 무려 55%에 달할 만큼 모마에게 공이 올라가면 득점이 날 정도였다. 양효진이 블로킹 6개 포함 19점을 보탠 가운데, 지난 1차전 8점에 그쳤던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이 이날은 공격 성공률 53.85%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이번 챔프전 시작 전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공격 생산력이 좀 올라와줘야 한다고 했던 강 감독의 기대에 그대로 부응한 결과였다. 위파위(태국)도 12점을 올리며 현대건설의 공격루트가 다변화된 모습이었다.

흥국생명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김연경(28점), 윌로우(25점), 레이나(22점)의 삼각편대가 모두 20점을 넘겼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배했다.

 

경기 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2차전에서도 5세트 가겠다는 농담이 현실이 됐다. 마지막에도 적중했으면 좋겠다”면서 “모마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득점을 나와서 이겼다는 게 고무적이다. 두 세트 내주고도 4,5세트를 잡아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내친 김에 3차전에서 이번 챔프전을 끝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강 감독은 “흥국생명은 높이도 좋고, 공격에 힘도 있어서 3차전에도 초반에 거칠게 몰아붙일 것 같다.그 부분을 버텨내면 3차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패장인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리드하고 있을 때 결정 못 낸 부분이 컸다. 체력보다는 선수들의 멘탈이 문제인 것 같다. 결정해야 할 순간에 강하고 과감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나오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리베로에는 도수빈만을 썼던 아본단자 감독은 1세트부터 흔들리던 도수빈의 리시브가 3세트 초반에도 여전하자 결국 김해란을 투입했다. 김해란은 패하긴 했지만, 41.18%의 리시브 효율과 10개의 디그를 잡아내며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김해란의 3차전 기용에 대해선 “체력이나 이런 부분에서 김해란이 두 경기 연속 뛸 수 있을지 체크해봐야 할 것같다”고 답했다.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3차전을 이겨내야만 지난 시즌 흥국생명이 당했던 리버스 스윕을 현대건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어서 불철주야로 경기 플랜을 짜고 있다. 인천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