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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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박지수 막은 180㎝ 김단비…“꿈에도 지수가 나왔다”

여자프로농구(WKBL) 2023∼2024시즌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KB의 챔피언결정전은 ‘국보급 센터’ 박지수(25)를 우리은행이 막을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B는 이번 시즌 1∼5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꼽힐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박지수를 앞세웠다. 거기다 리그 최상급 슈터 강이슬 등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KB를 상대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리은행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챔프전 전적 3승 1패로 사실상 압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충남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챔프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KB를 78-72로 눌렀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 12번째 챔피언으로 최다 기록을 늘렸다.

 

우리은행 우승의 중심엔 ‘베테랑’ 김단비(34)가 있었다. 김단비는 이날 우승을 확정한 경기에서 24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기자단 투표 59표 중 58표를 휩쓴 김단비는 두 시즌 연속으로 챔프전 MVP에 꼽히는 새역사를 썼다.

 

김단비는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쉬지 않고 뛰었다. 180㎝의 김단비는 자신보다 16㎝가 큰 박지수(196㎝)를 상대로 골 밑에서 전담 마크를 했다. 처절하게 부딪히며 공을 빼앗았다. 매 경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김단비는 우승컵을 위해 막고, 또 막았다. 그러면서 공격을 이끌며 달리고, 또 달렸다. 결국 우리은행을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정상에 올리며 정규리그 2위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물론, MVP 트로피도 그의 몫. 김단비는 챔프전 4경기에서 평균 39분을 넘게 뛰며 21.8점, 6.5리바운드, 6.5어시스트, 2.3스틸, 2.5블록을 작성하는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김단비는 우승을 확정한 뒤 취재진을 만나 “아직도 얼떨떨하다. 정말 우승을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며 “힘들게 우승한 만큼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에 올 때, 딱 한 번만 MVP를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 받게 해줘 감사하다”며 “내 농구인생에 MVP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함께 뛰어준 동료들에게 행복한 농구인생을 만들어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박지수를 막으며 정말 힘들었다. 오죽하면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에게 “이제 우승 그만해요”라고 농담까지 전할 정도다. 김단비는 “선수들끼리 정말 5차전은 못 뛰겠다, 여기서 끝내자고 할 정도였다. 정말 잠깐은 우승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내가 박지수를 안에서 한 자리를 지키며 힘으로 막아낼 때, 다른 선수들은 밖에서 코트를 다 쓰며 로테이션을 돌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들게 치른 챔프전이었다”고 돌아봤다.

 

꿈에서도 박지수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김단비는 챔프전에 진심으로 임했다. 김단비는 “플레이오프 때는 자면 삼성생명이 나오고, 이번에는 자면 KB스타즈가 나오고, 지수가 나오고 그랬다. 자는 것이 고통스러웠다”며 “너무 때리고, 몸싸움을 한 것 같아 지수에게 미안하다. 대단한 센터를 막는다는 것이 또 한 번의 연습이 됐다. 지수는 더 올라갈 선수다. 지수가 진 것이 아니라, KB가 졌다. 다음 시즌에도 지수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대결할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